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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살상(殺傷)

by 심재훈

친구와 저녁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고양이를 마주했다.


그 고양이의 피부는 희었다. 아주 어려 보이진 않았다. 성별도 알 수 없었다.


나는 고양이에 대해서 잘 모른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딘가를 구석구석 훔치며 쏘다니는 존재들. 그리고 인간에게 무언가를 얻어 내려는 심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실 그 흰 고양이를 보았을 때, 죽이고 싶은 충동이 퍼뜩 들었다. 요즘 아파트 단지 로비 벽에 들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권고문이 붙었다. 걔네들이 자꾸 이곳저곳 구덩이를 파서 단지 시설을 망가뜨린다는 거였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고양이를 죽이고 싶었다.


너희들은 도대체 무얼 바라는 거니?


그냥 사라져 주면 안 될까?


얌생이. 아주 뻔뻔하게 새끼들을 낳고 도시를 축내고 사람들을 괴롭힌다.


고양이에게 개 같은 충성심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나는 평생 진돗개와 독일 품종, 슈나우져를 키웠다.


고양이와 개는 너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고양이를 죽이고 싶은 거다.


포의 소설처럼 눈알을 뽑아내고 싶은 충동. 날 이상하게 보지 마라. 들 고양이와 사람에게 잘 길러진 고양이는 다르다. 행태와 자태부터 이미 다르다.


인간의 품을 축내는 고양이들.


나는 돌을 던졌다. 그 흰 고양이는 언덕 위로 도망쳤다. 그런데 거기서 떠나지 않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닌가.


나에게 엽총이 주어졌다면 정말 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존재를 다시는 보지 않을 것이다. 아마 살상은 인간의 가장 자연스런 욕망 중 하나 이리라.


고양이를 죽일 거다.


눈알을 뽑고. 돌로 쳐 죽이고. 가슴에 총을 쏘고. 목을 비틀어 버린다.


아직까진 그래 본 적이 없다.


끝까지 따라가서 고통에 신음할 때까지 돌을 던질 거다. 그래서 영원히 내 눈에 등장하지 않도록. 그 작고 귀여운 신음 소리를 들으며 쾌감을 느낄 테다.


발로 차 버리기 전에 어서 떠나라.


이젠 포켓에 작은 돌들을 넣어 놓고 다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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