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앞에 있었다
하루는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
나의 첫 번째 아이는
밥을 참 맛있게도 먹는다.
"음- 마쉬따-!"
"이거 엄청 마쉬써!"
"밥이랑 물이랑 같이 머그므는 기분이 너-무 죠아"
어른들이 말하곤 했다.
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거 보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그 말에 나는 항상 이렇게 답했다.
"애기가 잘 먹으면 기분이 좋긴 하겠지."
"근데 엄마도 먹어야 배부르지. 뭐 블루투스야?"
그런데 이 아이를 키워내면서
요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음, 이렇게 먹어준다면 배 그거 안 먹어도 부를 거 같네.'
그런 내 생각이 얼굴에 읽혔을까?
맛있게 밥을 먹다가 갑자기 내 눈을 곧게 쳐다보더니
다시금 밥으로 눈을 돌리며 말한다.
"나능,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네?"
윽,
마음이 저릿하게 설렌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런 걸까?
이게 바로 사랑인 걸까 싶게도
내 인생 처음으로 만난
이 간질거릴 만큼 사랑스러운 남자가
내 앞에서 무심하게 툭
마음을 움켜쥐는 말을 건넨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가 앞에 있는데도 보고 싶어?"
"응, 나능 엄마가 보고 싶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꼭 안아주고 말았다.
요즘은 이 숨 막히도록 예쁜 사랑을
이런 꽉 찬 행복을
이렇게 작은 존재에게서 느낀다는 것에
감사함을 넘어 불안할 정도이다.
육아란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감히 해보라고 추천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이제껏 내가 느껴왔던 그 어떤 행복과도
아주 다른 차원의
새것의 행복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