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 저리 가-

홀로서기

by 풍또집

한참 미운 네 살과 전쟁을 치르던 춥던 계절.


이제 꽃이 봉우리를 틔우는 날이 와서일까,

우리 집에도 추운 계절이 가고 화사한 꽃이 피는 것만 같다.



자는 모습을 보면 천사 같다가도

눈만 뜨면 여기서 쿵, 저기서 쿵,

다니는 길마다 사고를 치던 우리 집 미운 네 살은



밉다고 밉다고 기어코 미간에 써붙이는 엄마에게

자신도 엄마가 밉다며 소리만 바락바락 질러 대더니만

요새는 눈에 방글방글 웃음이 붙었다.



예쁘고도 밉던 게

요새는 예쁘고도 예쁘다.



세상에 혼자 발을 내딛고 싶었다가도

혼자 내디딘 발걸음이 무서워

겁에 질려 화도 내고 승도 내던 네 살짜리 아이가



짧게 살아온 세월에 그 조금 세월 더 찼다고

살갑게도 엄마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며

자신의 마음 구석구석 말로 표현한다.



그 속을 다 뱉어내니 속이 시원한지

눈에 웃음이 붙었다.



엄마가 말 열 마디 던지면

전에는 열에 아홉은 그냥 흘려보내더니만

이제는 단어 하나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답해주는 그 입이

오물조물 발갛다.



홀로 내딛는 발이 조금은 덜 무서워졌는지

양치도 대소변도 옷 입고 벗는 것도

혼자 해내는 아이.



전에는 언제나 엄마 아빠가 곁을 지켜줬으면 하던 아이가

필요하면 스스로 변기에 올라가 일을 보고

그를 지켜보는 엄마 눈을 발견하면 말한다.

"엄마- 저이가-"

.

.

.


"왜~? 응가 싸려고?"

"아니! 아.. 아니 응! 응가 싸꺼야-"



대답을 번복해 가며 변기에 진득하니 앉는다.



"엄마, 아빠, 응가!"

엄마 보고는 저리 가라더니

힘을 주는 구호는 엄마 아빠.

이래저래 반대되는 것 투성이인 아이의 나 홀로 시간이다.



작기만 하던 아이가

이제는 뭐든 자신이 하겠다고 하는

그리고 그걸 제법 잘 해내는

기특한 아이로 자란다.



엄마와 아빠는 언제나 서툴렀던 것 같은데

아이는 부모답지 않게 서투르지 않고

뭐든 제법 잘 해내는 그런 아이로 자라난다.

많이도 자랐다.



청출어람이라던가.

뭐든 자식은 부모보다 나은 게 하나는 있다더니

나 같은 엄마 밑에서 어찌 저렇게 예쁜 게 나왔나 싶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더니

나는 자식을 부모의 거울삼아

자식을 따라 예쁘게 변해 간다.



아이가 웃으며 나를 볼수록

내 얼굴에도 웃음이 뜬다.



나를 언제나 공주님이라 부르며 웃어주는 나의 아이.

덕에 내 인생이 공주님 인생처럼 화려하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19화#19. 우린 가족이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