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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n 03. 2022

해가 떨어진다, 관악산

관악산 야간등반

산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하나는 산 정상에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이다. 서울에서 야경이 멋진 산으로는 광진구의 아차산, 노원구의 불암산을 꼽는다. 하지만 나는 관악산의 야경이 좋다. 동네 산이다 보니 더 애착이 간다. 주로 주말 브런치 산행으로 능선까지 올라 김밥을 먹고 내려올 때가 많지만 일 년에 한두 번씩은 야간산행을 즐긴다. 정상에서 보면 좌측 끝자락에는 인천 시내의 야경이 어슴푸레 보이고 우측 끝자락에는 서울의 랜드마크인 123층의 롯데월드 타워가 보인다. 며칠 전 동호회에 관악산 평일 야간산행 공지가 있어서 바로 참석을 눌렀다.


서둘러 퇴근 후 용인에서 서울로 진입했다. 집에 들어와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나서는데 왠지 아내의 눈총이 따갑게 느껴졌다. "주말마다 산에 가면서 평일까지 산에 가다니, 너무 한거 아니에요."라는 환청이 귓가를 맴돈다. "모든 게 건강을 위해서 이지"라고 속으로 되새기면서 사당역 약속 장소로 향했다. 산행코스는 사당역, 국기봉, 마당바위,선유천, 사당역으로 원점 회기이다. 오후 7시에 출발해서 9시에 하산하는 것으로 목표로 했다. 일몰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7시 50분 경이라서 서둘러 국기봉 아래 왼쪽 상급자 코스로 바위를 질러 올라갔다.


바윗길을 오르면 숨이 목까지 차오르고 어질어질하기는 하지만 탁 트인 전망은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려준다. 헉헉거리며 국기봉에 겨우 올라 일몰 직전에 떨어지는 해를 배경으로 손가락 사이를 통과하는 연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첫 번째 국기봉을 지나 전망대에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명품 떡볶이를 맛보았다. 등반대장이 손수 집에서 만들어온 것이다. 아직까지 뜨끈뜨끈한 떡볶이는 찹쌀가루 때문인지 더 쫄깃쫄깃했다. 가져간 과일과 커피로 입가심을 하고 마지막 목적지인 마당바위로 향했지만 예상시간보다 늦어져서 두 번째 국기봉에서 턴을 했다.


두 번째 국기봉에 이르러 해가 완전히 떨어져서 도시의 야경이 절정을 이루었다. 야경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남기기 위해 여러 포즈의 실루엣을 만들어 내었다. 인생 샷은 역시 점프(jump)라고 생각하고 양팔과 양발을 쫙 벌려 힘차게 점프를 했다. 하지만 야간이라서 그런지 스마트폰 조리개와 셔터 속도가 안 맞아 사진이 흐리게 나왔다. 한번, 두 번 뛰다가 거의 스무 번 이상을 뛰었다. 산에 올라오는 헉헉거림 보다 점프로 인한 체력 소모로 인해 급격하게 피로감이 느껴졌다. 6월의 초승달 아래 점프 한번 제대로 했다. 그래도 다행히 나름 멋지다고 생각되는 사진 한 장 건졌다.


하산길에 오랫동안 나의 함께 했던 블랙다이아몬드 등산 스틱이 부러졌다. 무서운 백패킹 배낭을 견디기 위해서 튼튼한 것으로 구매해서 100대 명산도 함께 한 스틱이었다. 무거운 나의 몸을 오랜 시간 동안 지탱해 주던 것이 결국 수명을 다하고 '딱' 하고 소리를 내며 두 동강이가 난 것이다. 수리를 할지 새로 구입을 할지 고민 좀 해 봐야겠다. 하산은 원래 목표했던 오후 9시 즈음에 사당역으로 내려와서 가볍게 뒤풀이에 참석했다. 잘 튀겨진 고소한 냄새의 치킨을 바라보며 치킨무를 안주 삼아 시원한 생맥주를 한 잔 들이켜며 긴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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