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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n 12. 2022

인천의 세렝게티, 무의도

호룡곡산

세렝게티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국립공원이다. 서울 면적(605 km2) 보다 약 2배보다 큰 면적(14,763 km2)으로 사자, 코끼리, 들소, 사바나 얼룩말 등 약 300만 마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다. 왜, 백패커들이 인천시 무의도 남쪽 끝자락 해안가를 '세렝게티'에 비교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을 방문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왠지 그곳의 분위기가 도시인들에게는 낯설고 약육강식의 야생을 연상하게 하는 황량한 느낌마저 주기 때문일 거라 생각된다.


산행을 함께하는 네이버 밴드의 '산과 친구들' 모임에서 몇 주 전 갑자기 백패킹 공지 안내문이 게시되었다. 인천 무의도에 있는 세렝게티였다. 몇 달 전부터 다른 모임에서 무의도 '호룡곡산' 산행이 예정되어 있던 터라 전날 무의도 백패킹은 왠지 운명과도 같았다. 그리고 무의도 '세렝게티'는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토요일, 일요일 연달아 2개의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둘 다 놓칠 수는 없는 것이었기에 조금은 체력에 무리가 되기는 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했다.


백패킹의 들머리는 무의도의 끝자락에 있는 청명항 공용주차장에서 시작되었다. 오후 2시 30분경 모두 만나 청명항 초록 카페 옆의 들머리를 통해 호룡곡산으로 20킬로짜리 배낭을 들쳐매고 산과 하나가 되었다. 미리 블로그를 통해서 '우좌좌'를 되새기며 길을 찾아갔지만 어느새 비슷한 배낭들을 짊어진 백패커들이 생각보다 많이 지나감에 따라 별다른 어려움 없이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었다. 정상을 가는 산길을 벗어나 해안의 삐죽삐죽 바다 바위를 조심스럽게 걸어 1시간 만에 도착했다.


토요일 오후 4시경에 이미 그곳에는 50여 동의 텐트들이 자리를 잡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삼삼오오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음식을 먹기도 하고 모두 자연 속에 빠져들어 있었다. 빈자리를 찾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나무 그늘 옆에 '캠핑용 타프'를 설치하고 주위에 바닷가 전망의 위치에 4동의 텐트 위치를 잡아갔다. 바닷바람이 걱정이 되어 바닥에 텐트를 단단히 고정하고 소나기 예보가 있어서 개인용 소형 타프도 텐트 위에 추가로 설치를 했다.


캠핑장에서 음식을 조리해 먹는 것은 재미있기도 하고 맛도 남다르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서 요즘은 미리 집에서 야채도 씻어서 썰어가고 양념들도 미리 만들어 통에 담아서 캠핑장에서는 덥히거나 볶아서 먹는다. 첫 번째 음식으로 '새우 감바스'로 시작을 했다. 조리 후에 참 크래커 위에 얇게 썬 오이, 잘 익은 새우, 마늘, 브로커리을 올리고 사이사이에는 케첩으로 간을 맞추었다. 내가 보기에도 비주얼 최고인 '새우 카나페'를 파도 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레드와인'과 함께 눈과 귀와 입으로 함께했다.


해는 떨어지고 텐풍(야간에 텐트 안에 조명을 켜고 멀리서 찍는 텐트 풍경 사진)은 어두운 밤하늘 아래 지상의 별빛처럼 하나둘씩 반짝이기 시작했다. 백패킹의 자유로움이 절정에 다다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준비해 간 음식들은 울긋불긋한 '헬리녹스' 테이블에 올라 우리의 입과 위를 행복하게 해주고 무겁지 않은 소소한 담소들은 세상의 중심을 빨간 캠핑 타프 속에 묶어 두었다. 행복의 시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순간순간 임을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잠자리에 들고 새벽 2시쯤 거센 바닷바람으로 인해 타프가 계속 펄럭이면서 텐트를 치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본의 아니게 선잠을 깨고 새벽 공사(?)를 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새벽 5시에 눈이 떠져서 조심스럽게 어제 못 읽은 나태주 시인의 필사 시집도 들춰보고 캠핑장에서 책 읽는 모습도 사진으로 남겨 보았다. 근처 숲에서는 까마귀가 아침부터 "까악~, 까악~" 소리를 친다. 마치 우리 보고 빨리 집에 '가아~,가아~" 하고 외치는 소리로 들렸다. 허긴 이곳은 그들의 보금자리이고 우리는 침입자이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BPL(Backpacking Light, 배낭은 가볍게 ) & LNT(Leave No trace,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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