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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06. 2022

산속 달의 세계로, 유명산

경기도 유명산

"산속은 차갑고 고요한 달의 세계요, 산 밖은 지글지글 타는 해의 세계이다." 새벽 독서에서 읽은 박경리 작가의 <토지>에 나오는 문구가 머릿속을 맴돈다. 2월 한 달 내내 주말마다 집안일로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고 거의 등산을 못했다. 어느새 3월 이 오고 코로나 시대에도 다시 봄이 찾아왔다. 새순이 돋아나는 삼월의 자연은 나를 끌어당겼다. 등산하기 좋은 계절의 봄바람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갑자기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카톡, 카톡~' 문자 오는 소리가 들렸다. 등산 모임에서 만난 백패킹 소모임 단체방에서 금요일 '퇴근박' 제안이 올라왔다. '퇴근박 백패킹'은 회사일을 마치고 저녁에 산속에 들어가서 텐트 치고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철수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금요일에 퇴근박을 하고 토요일은 가족과 함께 함으로써 가족들의 비난을 피하고자 하는 백패커들의 잔머리에서 나온 결과이다. '출근박'이라는 말도 있다. 평일 저녁에 퇴근해서 백패킹하고 새벽에 일어나 바로 회사로 출근하는 것을 '출근박'이라고 한다.


백패킹 바로 전날 평소보다 귀가가 늦어져서 동네 마트에 부랴부랴 가서 후다닥 필요한 먹거리를 구매했다. 백패킹의 단골 메뉴일 어묵탕을 장바구니에 넣고 순대볶음 과 연어 한 덩어리도 집어 들었다. 순대볶음 팩에 붙어 있는 레시피를 보니 간단해 보였다. "끓는 물에 15분 정도 비닐 패킹된 상태로 덥히고 프라이팬에 포장된 소스를 넣고 볶으면 된다"고 한다. 여기에 추가로 양파와 사각어묵을 넣으면 괜찮을 거 같았다. 전에 백패킹 모인에서 맛 본 연어, 양파, 무순의 조합이 인상 깊어서인지 한번 따라해보고 싶었다. 새로운 캠핑 메뉴에 대한 시도는 항상 나를 흥분시킨다.


산에 가기 전에는 항상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특히 백패킹을 위해서는 다음날의 날씨까지 확인한다. 이런!, 하필이면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강풍을 동반한 비 예보가 있다. 비가 온다고 계획을 취소하지는 않는다. 다만, 배낭에 넣어야 할 물건들의 가짓수가 늘어난다. 특히 블랙 다이아몬드의 '하이라이트' 텐트는 싱글 월(single wall)이고 내실도 없기 때문에 비가 올 때는 취약하다. 그래서 별도로 얼마 전에 구입한 육각형 타프 와 2미터짜리 폴대 2개를 챙겨 넣고 핫팩도 몇 개 더 배낭에 쑤셔 넣었다. 비가 내리면 산속의 밤공기가 더 차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유명산 자연휴양림이다. 후보지로 올랐던 용인시의 독조봉, 남양주시 축령산, 가평군의 유명산을 두고 고민하다가 안전하고 가성비 좋은 유명산 자연휴양림으로 예약을 했다. 다행히 비어있는 야영용 데크가 있어서 총 4개을 예약했다. 3개는 각자 텐트를 치고 나머지 한 개는 식사용 셸터나 타프를 쳐서 사용하려고 한다. 퇴근해서 집결장소에 모이면 대략 저녁 6시나 7시 정도 예상된다. 해지는 시간이 6시 30분 정도이니 해가 환할 때 텐트 공사를 마쳐야 좀 여유 있게 저녁을 맞이할 것이다. 비도 그 후에나 내렸으면 좋겠다.


전날 밤부터 아내는 내게 '외박'이라는 말을 계속 주입시켰다. 그 단어가 귀에 거슬렸다. 누군가는 '외박' 또는 '노숙'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자연치유박' 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회에서의 받은 스트레스는 오래 두어서는 안된다. 바로 해소해야 한다. 안 그러면 몸에 병이 들고 정신이 피폐해 진다. 나 같은 경우에는 평일에 쌓은 스트레스를 주말 등산에 통해서 해소한다. 그것이 나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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