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7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지난 2년간 두 여자, 유영과 캘리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를 시간순으로 엮은 공동매거진입니다. <잃시상>은 평범한 직장인 유영이 우연히 심리상담전문가 캘리를 만나 서로의 감정일기를 편지 형식으로 나눈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던 유영이 캘리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감정의 바다에서 유영(游泳)할 수 있게 되는 성장 스토리입니다.
제7화 ‘ESFJ 7W6의 셀프솔루션, 잘하고 있는 건가요?'는 MBTI 성격유형, 애니어그램 검사를 하게 되면서 오랫동안 스스로에게 해오던 오해가 풀린 이야기입니다. 유영과 캘리, 두 여자가 감정일기를 교환하면서 풀어가는 이야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격주로 발행됩니다. 다음 이야기는 2월 26일 일요일 오전 9시에 이어집니다.
유영의 감정일기 >>클릭 <잃시상> 5화 ESFJ (찐E 찐J)가 풀어준 오해풀어준 오해
캘리의 피드백 >>클릭 <잃시상> 6화 MBTI와 에니어그램으로 풀어봐요
ESFJ 7W6의 셀프솔루션, 잘하고 있는 건가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역시 이번에도 제 무릎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무릎을 팍팍 치게 만드는 선생님의 솔루션 덕분에 mbti와 애니어그램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솔로션과 함께 일주일을 보내며 나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 그것을 위한 작업을 하나씩 해낸다는 것에 취해서 지냈습니다.
술이 깰 때쯤, 머릿속 혈관이 확장되면서 지끈거리는 고통이 오는 것처럼, 주말이 되자 지나 간 40년 동안 나를 모르고 살았다는 억울함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혼란한 감정에서 꿈틀거리는 마음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우리의 매거진 이름처럼 그 잊히고, 잃어버린 시간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요. 선생님과 감정일기를 통해 하나씩 풀어가면 나의 파랑새를 찾을 수 있겠죠. 아니 파랑새가 날갯짓을 한 흔적들을 이미 찾은 것 같아요.
선생님 이번 한 주는 물살을 따라 흐름에 몸을 맡기는 나뭇잎처럼 편안하게 보냈습니다. 한 가지 걸리는 게 하나 있긴 한데요, 결혼 적령기가 훨씬 지난 팀원에게 생각 없이 한 말 한마디에 집에서 이불킥을 하며 후회한 일이 있었어요. 어디를 가든 분위기가 칙칙한걸 못 참아서 다시 좋게 만들어야만 하는 이 쓸데없는 마음이 작동해서 다음날 팀원의 눈치를 슬슬 보게 되었습니다. 세상,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소와 같은 그를 보며, 괜한 고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끝까지 확인하고 싶어서 직접 물었습니다.
“ 어제 말이야, 내가 한 말, 내가 주책스럽게 또 오지랖이 발동한건 아닌가 몰라”
“ 어~ 어제 무슨 말씀이요?”
“ 아. 왜 있잖아. 어제 트렁크에서 교사용 교과서 꺼낼 때. 이렇게 차가 깨끗하면 여자들이 피곤해해~라고 한 말~”
“ 아~ 난 또, 무슨 말씀이라고. 칭찬 아니었어요? 하하”
선생님이 mbti 분석에서 찝어주신 것처럼,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하는데, 가끔 살짝 후회하곤 합니다. 꼭 분위기를 업시키려는 마음속 작동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내가 나서서 사람들 기분을 좋게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이 삽질이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좋아해요. 95% 이상 잘 먹히죠. 가끔 그 방향 설정이 잘못돼서 흙탕물이 튀는 경우가 있어서 미움을 받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또 그걸 못 참고 싫어하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려고 하다가 관계가 좋아지기도, 더 나빠지기도 하네요. 선생님 말씀대로 살짝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조금 줄여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쓰고 보니, 일주일 기다려서 선생님의 솔루션 받기도 전에 내 맘대로 셀프솔루션을 만들어낸 거 같아요. mbti와 애니어그램으로 자신을 알게 되니 이런 능력이 생기네요. 그런데 맞게 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생긴 쪼만한 이 능력이 적절한지 한 번 봐주세요.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볼게요.
셀프 솔루션
매주 토요일 새벽 5시에 친구와 산에서 책을 읽어요. 다들 불금이라 부르지만, 이 산중낭독을 위해 금요일은 항상 일찍 자는 날로 정했습니다. 어느 날은 달무리를 보며 산에 오르고, 어느 날은 구름바다의 물결을 헤치고 오르고, 또 어느 날은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은 채로 빗방울을 헤치고 오릅니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지만 이런저런 색깔의 다양했던 그 어느 날을 기대하며 약속장소에 도착했는데, 친구가 사정이 생겨 나오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혼자가 된 쓸쓸함 보다 계획이 틀어진 섭섭함이 더 컸습니다. 산에 가기로 했으니 혼자라도 가야 할 것 만 같은 이 마음은 또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마음은 약속장소가 아닌 포천에 명성산에 가고 싶게 만들었고요. 그럼, 그냥 마음먹은 대로 바로 직진하면 되는데, 차에서 다시 계획을 혼자 만들고 있는 제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현재 시간 5시 10분
포천 현재 기온 영하 5도
포천 명성산 도착 시간 6시
포천 해 뜨는 시간 7시 32
명성산 정상까지 소요시간 (4시간 30분) 오후 3시
하산 시간 오후 6시
노션에 명성산 페이지를 만들고 계획을 적어 놓은 걸 보고 있자니 섭섭함은 온 데 간데 사라지고, 설레임에 마음이 일렁일렁했습니다. 혼산에서 혼밥 하고, 혼자 오카리나도 불고 계획된 시간에 맞춰 신나게 하산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생각보다 해가 빨리 지는 바람에 어둡고, 춥고, 배가 고파서 서둘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었습니다. 맞은편 산정호수에서 오카리나 소리가 들렸습니다. 흙으로 만든 오카리나는 호수의 물과 만나 내 귀에 전달되었습니다.
순간, 그 소리에 배고픔도, 추위도 잊고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호수 쪽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한국전쟁 전에 김일성 별장이 있던 그 자리가 보였습니다. 별장은 사라졌지만, 산정호수를 바라보는 방향의 전망지가 꾸며져 있었습니다. 전망지의 건물은 산정호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일체의 벽을 허용하지 않고 공간을 계속 연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그곳에서 어떤 중년의 여성이 오카리나를 불고 있었습니다.
오카리나를 부는 사람을 알죠. 어디서 틀리는지, 하지만 또 오카리나를 잘 모르는 사람은 틀려도 잘 모릅니다. 저는 그녀의 연주를 끝까지 듣고 무한한 박수를 보냈습니다. 사실 관중은 혼자였죠. 연주가 끝나고 처음 보는 그녀에게 같이 연주를 하자고 청했습니다. 그녀는 몇 년째 전국을 여행하며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지만, 합주를 청한 사람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계절에 맞게 ‘엘 콘도르 파사’(* 우리나라에서는 ‘철새는 날아가고’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어요)를 연주하고 자연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자연의 박수가 아쉬웠을까요. 그날 우리의 오카리나 소리를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그녀의 전화번호를 물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초면에 합주를 하고,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이런 이벤트가 이불 속의 저를 채찍질 했을 겁니다. 내가 오카리나를 갖고 뭘 하려고 하는 건가. 그녀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나. 등등 하지만 이제, 내가 나를 사랑해 보려구요. 나는 죄가 없다. 음악을 사랑하고, 사람을 좋아하하는 걸 어쩌라고. 집에 도착해서 기가 빨린 듯 피곤하지 않고, 내일 출근할 힘이 남아 있다면, 난 오늘 하루 잘 살아 낸거다. 이렇게 스스로 칭찬하고, 사랑해 보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격주에 한 번 일요일 오전 9시에 발행됩니다.
2월 26일 일요일 오전 9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제9화로 이어집니다.
본 감정일기를 읽은 후 (아래 링크) 심리상담전문가 캘리의 피드백을 읽으시면 화나고 우울한 감정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심리상담전문가 캘리의 피드백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제8화 MBTI와 에니어그램(2)
https://brunch.co.kr/@ksh3266/62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2화
https://brunch.co.kr/@youyeons/40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3,4화
https://brunch.co.kr/@youyeons/43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5,6화
https://brunch.co.kr/@youyeons/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