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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Jan 15. 2023

알다가도 모를 내마음. 어떤 게 진짜일까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3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지난 2년간 두 여자, 유영과 캘리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를 시간순으로 엮은 공동매거진입니다. <잃시상>은 평범한 직장인 유영이 우연히 심리상담전문가 캘리를 만나 서로의 감정일기를 편지 형식으로 나눈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던 유영이 캘리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감정의 바다에서 유영(游泳)할 수 있게 되는 성장 스토리입니다.


제3화 ‘알다가도 모를 내마음. 어떤 게 진짜일까요?'는 모태신앙 보유자인 유영이 교회 생활을 쉬게 되면서 벌어진 이야기입니다. 유영과 캘리, 두 여자가 감정일기를 교환하면서 풀어가는 이야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격주로 발행됩니다. 다음 이야기는 1월 22일 일요일 오전 9시에 이어집니다.






유영의 감정일기 >>클릭  <잃시상> 1화 요즘 감정이입이 너무 잘돼서 힘들어요

캘리의 피드백    >>클릭  <잃시상> 2화 왜 그렇게 감정이입이 잘 될까요? 우리 함께 살펴 보아요.




알다가도 모를 내 마음. 어떤 게 진짜일까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난주 감정이입에 대한 솔루션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피드백을 읽고 감정이입이 어떤  건지 생각해 봤어요. 아직 저는 부정적인 감정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때 그 자살소동이 저의 경험에 투사되어 감정이입이 일어난 거였네요. 그리고 내 무의식이 그 소동을 핑계 대면서 울고 있는 내 자아를 달래주는 거네요. 그게 합리화란 거고요. 이렇게 일상에서 심리학 용어가 튀어나오니 신기하네요.


어림잡아 합리화가 일어났다고 해도 저에게 감정이입은 부정적인 게 더 많고, 알려주신 건강한 감정이입인 승화의 길은 한참 남았네요. 꾸준히 감정일기를 쓰면 저에게도 멋진 승화가 일어나겠죠? 사실 이렇게 술술 말하고 있지만, 따로 공부했어요. 선생님의 무릎 팍 치게 만드는 피드백을 찰떡같이 알아먹기 위해서요.


승화, 투사 같은 용어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가 한 말이네요. 세기말에서 세기초(1856~1939)를 견뎌낸 프로이트가 인상 긁고 한 말이니 승화가 일어나긴 하겠죠. 감정일기 쓰면서 심리학 공부도 하게 되네요. 계속 공부하고 감정일기 쓰면 내 마음을 알 수 있을까요? 왜 내 마음인데 내가 모를까요. 이번 주에는 알다가도 모를 내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교회 가기 싫은데 입으로는 다른 말을 지껄이고 있거든요. 어떤 게 진짜인지 알려주세요.


어떻게 하다가 교회를 다니고, 또 어쩌다가 다니기 싫게 된 걸까요. 태어나보니, 할아버지는 장로님, 할머니는 권사님, 엄마는 날나리 신자더라고요. 할아버지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은 목도 가누지 못하는 아기 유영의 머리에 손을 얹고 주님의 자녀라고 말했어요. 물론 묻지도 않으시고요. 그렇게 시작된 슬기로운 교회 생활은 고등학교 때 막을 내렸죠. 교회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려고 학생회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제가 아닌 제가 전도한 친구 두 명이 학생회장, 총무가 된 거예요. 저는 하나님을 사랑한 게 아니라, 관심을 받고 싶었던 건가 봐요. 결국, 공부를 핑계로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되었어요.


그 후 마흔이 되도록 ‘못해서 모태신앙이다’라는 말을 몸소 증명해 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딸의 수학 성적이 15점에서 95점으로 깡충 뛰는 일이 생겼고, 딸은 성적을 무기로 저를 핸들링했고, 저는 딸의 전도로 꼼짝없이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신나는 교회 생활을 하면서 집사도 되었어요. 그러다 딸은 대학에 가고, 저는 철학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철학에 물든 저는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기를 원해서 나를 지으셨다'는 성경 말씀보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사르트르의 사유에 더 마음이 가기 시작했어요. 이제 슬슬 교회에서 발을 빼고 철학의 바다에서 유영하고 싶은 저는 하나님을 이용했던 걸까요?


목사님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고등학교 때 입시 공부를 핑계로 교회 안 나갔다가 결국 전문대 갔는데, 마흔 넘어, 또 무슨 철학 공부를 하겠다고, 교회에 안 나간다니. 말이 입에서 떨어지질 않았어요. 그래서 목사님에게 편지를 썼어요.

교만으로 가득 찬 저의 이성과 감성이 신앙을 갈아먹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예배에 참석하는 게 부담스럽고 힘듭니다. 신앙생활을 잠시 잊고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편지는 보내지 못했어요. 목사님이 무서운 걸까요. 하나님이 무서운 걸까요.


보내지 못한 편지를 손에 쥐고 통밥을 굴렸습니다. ‘일단 하나씩 걷어내자!’ 하면서요. 속회활동(소모임)에서라도 발을 빼야겠다고 생각하고 사모님에게 전화를 걸었죠. 사모님은 저처럼 방황하는 신자들을 많이 다뤄본 익숙한 솜씨로 말을 딴 데로 돌리셨어요.

"집사님, 그동안 속회에서 사이다 발언을 시원하게 해 주셔서 분위기가 너무 좋아졌어요. 고마워요. 그리고 내년에 속회 재편성이 있을 거예요. 어차피 지금은 코로나로 모임이 어려우니까, 일단 속도원(소모임 회원)으로 남아계시고, 내년에 새로운 속회로 들어오세요"


순간 뭔가 감정이 해소된 느낌이 막 들었어요. 그 느낌이 입에 기름칠한 건지 스스로 생각지도 못한 이상한 말을 막 지껄이는 거예요.

“사모님 제가 이 교회 처음 왔을 때 A, B 두 자매와 저 이렇게 셋이 양선속(소모임 이름)을 만들고, 참 신앙생활을 기쁘게 했었어요. 지금은 두 분이 교회를 쉬고 계시잖아요. 혹시 두 분이 다시 교회로 돌아오면 아마 다른 속회로 들어가는 건, 불편하실 거예요. 제가 속회활동을 쉬고 있다가 두 분이 오셨을 때 자연스럽게 다시 양선속을 부활시키면 좋을 거 같아요.”


어쩜 이렇게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생각도 안 하던 말을 했을까요. 두 자매에 대해 한 말이 사실 거짓말인지, 진짜 제 마음인지 모르겠어요. 사모님에게 전화한 최종 목적은 교회 그만두고 싶은 건데, 그런 말보다 그들이 다시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다린다는 이상한 말만 했어요. 억지로 변명을 만들자면, 두 자매가 가끔 생각나고, 걱정되기도 해요. 제가 신나는 교회 생활을 막 시작할 때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셨거든요.


뭐가 진짜일까요. 교회 그만두고 싶은 마음, 소모임 활동이라도 쉬고 싶은 마음, A, B 두 자매를 기다리는 마음,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저는 양아치처럼 그들을 들먹이며 착한 집사로 보이면서 교회도 그만두고 싶은 걸까요. 마음은 나에게 솔직하지 않은 건가요. 나도 마음에게 솔직하지 않은 건가요. 마음은 나를 속이는 걸까요. 내가 마음을 속이는 걸까요. 알다가도 모를 내 마음, 뭐가 진짜일까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격주에 한 번 일요일 오전 9시에 발행됩니다.

1월 22일 일요일 오전 9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제 5화로 이어집니다.


본 감정일기를 읽은 후 (아래 링크) 심리상담전문가 캘리의 피드백을 읽으시면 화나고 우울한 감정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심리상담전문가 캘리의 피드백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제 4화 진짜마음과 가짜마음의 작동법

https://brunch.co.kr/@ksh3266/57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2화

https://brunch.co.kr/@youyeons/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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