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영 Jul 09. 2023

빨리빨리! 조급증은 너 때문이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21화 '가족관계와 조급증'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지난 2년간 두 여자, 유영과 캘리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를 시간순으로 엮은 공동매거진입니다. <잃시상>은 평범한 직장인 유영이 우연히 심리상담전문가 캘리를 만나 서로의 감정일기를 편지 형식으로 나눈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던 유영이 캘리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감정의 바다에서 유영(游泳)할 수 있게 되는 성장 스토리입니다.


제21화 ‘빨리빨리! 시리즈 5 조급증은 너 때문이야'는 급한 성격이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한 유영의 소소한 이야기입니다. 유영과 캘리, 두 여자가 감정일기를 교환하면서 풀어가는 이야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격주로 발행됩니다. 




지난 ‘빨리빨리! 시리즈

유영의 감정일기 >>클릭  <잃시상> 15화 빨리빨리! 나는 왜 이렇게 급한가

캘리의 피드백    >>클릭  <잃시상> 16화 물 끓이기 왓칭 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요즘, 저는 아주 안녕합니다. 감정일기에 쓸 내용이 없을 정도입니다. 제 마음 안에 감정을 알아차리고 내려놓기가 조금씩 되면서, 점점 등이 따뜻해지고 배부른 인간이 되는 느낌입니다. 마음에 안정과 풍요가 오니 점점 다른 생각들을 하게 돼요.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그 감정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게 될지... 지금은 편안하지만 또 언제 휘둘리게 될지 궁금합니다. 


많은 감정들 중에 오늘은 이미 두 차례나 피드백을 받았고,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아쉬운 빨리빨리! 조급증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나의 조급증이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의식 너머 전의식에 까지 도달하겠죠. 선생님께서 피드백으로 도와주시면 꾹꾹 눌려 있던 저의 무의식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지난 빨리빨리 조급증 시리즈를 통해 저의 조급증이 아버지로부터 왔을 거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럼 나의 아버지의 조급증은 또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요? 그렇게 꼬리를 물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큰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우리 아버지와 너무 다른 큰아버지, 말입니다. 자기애적 성격이 강한 아버지와 달리 큰아버지는 아이들을 예뻐라 하는 가정적인 분이셨죠. 큰아버지가 나의 생물학적 아버지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을 정도였습니다. 두 분의 다른 성격만큼이나 형제간의 갈등도 깊었던 거 같아요. 


큰아버지와 아버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은 곧바로 나와 남동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예전에 쓴 짧은 글 하나 보여드릴게요. 제목은 '남동생'입니다.



남동생



갑자기 툭 튀어나온 떡두꺼비 같은 녀석
엄마 품에 안겨서 항상 웃었지

연년생 두 아기씨 울어대는 소리에  
아버지 정자 도령 노니는 꽃길 막아 놓고

엄마 젖가슴도 아버지 가동가동도
다 저 녀석 차지    

무관심에 밀린 나는 찬밥 신세  
안방과 엄마 품을 내주고  

어느새 뒷방 아기가 되어    
차디찬 윗목에서 구들장만 두들겨 본다

젓가락 결연히 집어 들고  
뜨뜻한 아랫목을 차지한 그 녀석에게  

그림자처럼 다가가서 팔매질해 댔지만    
돌아오는 건 놀란 어머니의 싸대기  

젖 대신 맘 죽 게걸스럽게 씹으며  
다시 기도를 한다  

발아 커져라  팔아 길어져라  
저 녀석 드밀어 밟아주련다.    

네 살 털복숭이 그 녀석 데리고  
빤쥬 바람에 보자기 둘러메고선  

“슈퍼맨처럼 날아라” 고 소리쳐본다
그 참에 우물쭈물 그 녀석 등도 확 밀어본다.    

헛짚은 내 어린 마음  
헛디딘 그 녀석 발

"누나 나 죽는 거야?"
깁스 위에 눈물 주르룩 내 미움도 스르륵     

겁 많던 그 녀석 내 덕에 간땡이 커지고
겁 없던 나는 그 녀석 덕에 겁꾸러기되네

등 떠밀려 등산 좋아하는 내 동생 
등 떠밀어 등산 좋아하는 나

지나간 사진들을 보며,  
소중한 동생을 그리워해 본다 

 

사실 마지막 문장 "그래도 소중한 내 동생"은 진심인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7살 때 벌인 일인데요, 그 이후로도 남동생을 꾸준히 괴롭혔던 기억이 많아요. 고등학교 때까지 연년생인 저에게 누님이라고 불렀으니까요. 


아버지의 조급증이 큰아버지에게서 오고, 저의 조급증은 남동생의 영향이 많았던 거 같아요. 


남동생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 무리해서 부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저의 무의식속에 이런 마음들이 저를 조급증으로 이끌고 간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남동생의 존재가 마음을 역동시켜 제가 또 인생을 잘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 된 것도 같구요. 


인생은 해석, 그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는 저의 몫인 걸까요.


https://www.youtube.com/shorts/AaeQrPuyXnk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격주에 한 번 일요일에 발행됩니다.

 

본 감정일기를 읽은 후 (아래 링크) 심리상담전문가 캘리의 피드백을 읽으시면 화나고 우울한 감정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심리상담전문가 캘리의 피드백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https://brunch.co.kr/@ksh3266/76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2화

https://brunch.co.kr/@youyeons/40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3,4화

https://brunch.co.kr/@youyeons/43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5,6화

https://brunch.co.kr/@youyeons/45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7,8화

https://brunch.co.kr/@youyeons/47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9,10화

https://brunch.co.kr/@youyeons/52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1,12화

https://brunch.co.kr/@youyeons/53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3,14화

https://brunch.co.kr/@youyeons/56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5,16화

https://brunch.co.kr/@youyeons/58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7,18화

https://brunch.co.kr/@youyeons/60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9,20화

https://brunch.co.kr/@youyeons/62


이전 11화 빨리빨리! 나보다 빠르면 미친놈 나보다 느리면 바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