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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May 14. 2023

빨리빨리! 나보다 빠르면 미친놈 나보다 느리면 바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 빨리빨리 조급증 2 > 17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지난 2년간 두 여자, 유영과 캘리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를 시간순으로 엮은 공동매거진입니다. <잃시상>은 평범한 직장인 유영이 우연히 심리상담전문가 캘리를 만나 서로의 감정일기를 편지 형식으로 나눈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던 유영이 캘리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감정의 바다에서 유영(游泳)할 수 있게 되는 성장 스토리입니다.


제17화 ‘빨리빨리! 시리즈 2 나보다 빠르면 미친놈 나보다 느리면 바보'는 급한 성격 때문에 인생도 급하게 갈지도 모르겠다는 유영의 소소한 이야기입니다. 유영과 캘리, 두 여자가 감정일기를 교환하면서 풀어가는 이야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격주로 발행됩니다. 다음 이야기는 5월 28일 일요일에 이어집니다.






유영의 감정일기 >>클릭  <잃시상> 15화 빨리빨리! 나는 왜 이렇게 급한가

캘리의 피드백    >>클릭  <잃시상> 16화 물 끓이기 왓칭 하세요





지난주 빨리빨리를 외치는 급한 성격 때문에 손을 다친 제 못난 마음에 대한 선생님의 솔루션을 마음에 잘 품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잘 안 품어지네요. 아마도 저의 빨리빨리는 성격과 습관이 합쳐진 총체적 문제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제 마음의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체크해 보기를 통해서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라고 하셨는데, 사실 썩 좋은 기억들이 없어서 쉽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느려서 손해 본 적이 있는지 기억하는 것 자체가 유쾌하지 않았지만, 저는 선생님을 믿습니다. 저를 돌아보는 작업을 통해서 과정은 힘들지만, 결과적으로 마음이 편해진 성공경험이 많이 있었으니까요.

  


 어린 시절 느려서 손해 본 적이 있는지, 해결되지 못한 스트레스가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지...


방학 동안에 갑자기 키가 커져서 오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저의 경우는 키가 아니라 다른 것이 커졌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초침, 분침이 헷갈리고

분모, 분자가 헷갈리고

왼쪽, 오른쪽이 헷갈리고


세상 온갖 것이 헷갈리는 학습부진아였는데 말이죠. 갑자기


시계가 한눈에 보이고

분수계산이 한 번에 되고

왼쪽 신발을 오른쪽에 신는 그런 짓 따위는 하지 않게 되는 날이 왔어요.


그때부터 전에 저를 괴롭혔거나 무시했던 친구들에게 욕을 하거나, 물건을 던지곤 했어요. 당시 유행하던 영화 람보에서 람보가 M60기관총을 들고 초절정 분노 포스로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장면이 있었어요. 저는 람보처럼 친구들을 향해 복수를 했던 거죠. 저의 변한 모습을 보고 놀란 친구들이 저를 람보라고 불렀어요.



가족 중에 누군가 급한 사람이 있는지


단연코, 아버지죠. 제 성격에도 이런저런 이유가 있는 것처럼, 아버지도 생각해 보면 그럴만하셨으리라 생각돼요. 맨손으로 시작해서 40대에 건물주가 되셨으니, 쉬지 않고 급하게 일하셨을 거예요. 그런데, 저만 아버지의 빨리빨리 유전자를 물려받았네요. 남동생은 느긋한 성격인데요.


어릴 때부터 동네 수재소리를 듣고, 동산동 알랑드롱이라 불리던 남동생은 저처럼 빨리빨리 할 필요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빨리빨리! 나보다 빠르면 미친놈 나보다 느리면 바보 


사실, 손 좀 다쳤다고 무슨 대수겠어요. 더 큰 문제는 이 빨리빨리가 제 생활 구석구석 다 녹아있다는 겁니다. 그중에서도 운전이 제일 무섭습니다. 


벨트는 나중에

벨트 안 하는 건 기본이죠. 벨트 매고 장갑 끼고 그렇게 시간 보내는 게 싫어요. 보통은 첫 번째 신호가 걸리면 신호대기 중에 벨트를 해요. 신호대기 중 벨트 하는 습관도 겨우겨우 만든 거랍니다. 


차선변경은 기본 추월은 선택

메너 없이 얍쌉하게 운전하던 어느 날 탱크를 추월하려는데 이렇게 쓰여있더라고요. 

"추월금지" 시뻘겋게 표시된 그 표지판은 가볍게 무시하고 추월하다가 바로 후회했습니다. 군용 탱크의 사이즈가 어머어마해서 차 선한 개를 꽉 채우고도 모자라 살짝 넘어가더군요. 거칠게 표현해서 한 개 반 차선을 먹는 거죠. 그 좁은 차선으로 힘겹게 추월을 하려는데 탱크의 무한궤도 형식의 바퀴에서 나는 그 소리에 식은땀이 났습니다. 마치 지옥에서 돌덩이들이 마구 굴러 떨어지는 듯한 그 소리에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그때의 추월은 성공한 것이죠. 그 이후로 탱크는 추월하지 않아요. 차선변경의 기본정석은 남아 있지만요. 


속도와 신호는 다 같이 지키는 것

옆차선의 운전자가 지키면 나도 같이 지키는 속도, 신호.. 앞에 가는 운전자가 어기면 같이 어기는 신호, 속도.. 혼자일 때는 하나님이 내려다보고 계시지만, 용서해 주시겠지~ 하고 어기는 신호, 속도... 나보다 빠르게 가면 미친 거고, 나보다 느리면 원활한 교통을 방해하는 바보인 거고...


올해 초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약간 빠른 속도로 지르고 있었는데 교차로 부근의  좁은 차선 쪽 차량이 뭔가 분위기기 심상치 않게 느껴졌어요. 이럴 때 누르라고 있는 크략션으로 빵을 한방 던졌죠. 계산상으로나 법리상으로(도로교통법 제26조 넓은 도로 차 우선) 내가 먼저 가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 고급차가 저의 빵소리를 듣고도 멈추지 않고 막무가내로 머리를 들이미는 겁니다. 그제야 저도 속도를 줄였지만 생각보다 제가 빨리 달렸던지 그 차와 저는 아슬아슬하게 부닥칠 뻔하게 되었죠. 저는 화가 나서 차를 도로 한복판에 세우고 차에서 내려서 그 고급차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차 안의 운전자는 50대 후반쯤 되어 보였고, 옆자리엔 이쁜 아줌마가 있었어요. 그 운전자는 차에서 연신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미안하단 표시를 했고, 제차 뒤에 나라비로 늘어선 차들이 빵빵대는 바람에 저는 더 이상의 분노표출을 참고 차로 돌아왔습니다.


운전대를 잡고 기어를 변속하며 저는 바로 후회했습니다. 

빨리빨리 운전하다가 인생 빨리 가겠구나


제가 시간에 쫓겨서 이런 게 아니더라고요. 여유가 있어도 운전대만 잡으면 이렇게 괴물이 된답니다. 빨리빨리 하겠다는 조급증과 남을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합쳐져서 저를 총체적 난국으로 모는 거 같네요.



빨리 처리한 거보다

과정을 소중히 생각해서

더 좋은 거

더 아름다운 거를 만나고 싶어요


앞으로 운전할 때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왓칭으로 운전하는 저의 모습을 더 관찰하고 정말 제가 이루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1tWRMjXBpg0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격주에 한 번 일요일에 발행됩니다.

5월 28일 일요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제19화로 이어집니다.


본 감정일기를 읽은 후 (아래 링크) 심리상담전문가 캘리의 피드백을 읽으시면 화나고 우울한 감정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심리상담전문가 캘리의 피드백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제18화 

https://brunch.co.kr/@ksh3266/73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2화

https://brunch.co.kr/@youyeons/40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3,4화

https://brunch.co.kr/@youyeons/43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5,6화

https://brunch.co.kr/@youyeons/45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7,8화

https://brunch.co.kr/@youyeons/47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9,10화

https://brunch.co.kr/@youyeons/52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1,12화

https://brunch.co.kr/@youyeons/53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3,14화

https://brunch.co.kr/@youyeons/56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5,16화

https://brunch.co.kr/@youyeons/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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