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빨리빨리 조급증 1> 15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지난 2년간 두 여자, 유영과 캘리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를 시간순으로 엮은 공동매거진입니다. <잃시상>은 평범한 직장인 유영이 우연히 심리상담전문가 캘리를 만나 서로의 감정일기를 편지 형식으로 나눈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던 유영이 캘리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감정의 바다에서 유영(游泳)할 수 있게 되는 성장 스토리입니다.
제15화 ‘빨리빨리! 나는 왜 이렇게 급한가'는 급한 성격 때문에 죄 없는 손가락이 고생하는 유영의 소소한 이야기입니다. 유영과 캘리, 두 여자가 감정일기를 교환하면서 풀어가는 이야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격주로 발행됩니다. 다음 이야기는 5월 14일 일요일 오전 9시에 이어집니다.
유영의 감정일기 >>클릭 <잃시상> 13화 나는 이상한 사람과 잘 지낸다 오해
캘리의 피드백 >>클릭 <잃시상> 14화 게슈탈트 기법으로 풀어봐요.
빨리빨리! 나는 왜 이렇게 급한가
지난주 솔루션 게슈탈트를 가지고 일주일 동안 생활 속에서 살펴보았어요. 제 삶 속에 몰랐던 미해결 과제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요.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자각하기 방법으로 알아차리게 되었어요.
‘아~ 내가 지금 관심받고 싶은 마음이 또 올라오는구나~’
이렇게 그냥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오늘은 급한, 저의 성격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사실 지금 키보드 치기 힘들 정도로 손이 아파요. 제 손은 아무 죄가 없답니다. 다 저의 빨리빨리 성격 탓이죠. 저는 전기포트로 물을 끓이면서 항상 그 앞에 서있습니다. 제 눈에서 에너지가 나와 물을 더 빨리 끓여 줄 거라는 망상으로 포트 앞에 서서 포트를 째려보곤 해요. 그렇게 빨리 끓으라고 주문을 외우고, 물이 다 끓게 되면 온도센서에 의해 작동을 멈추게 되는데요, 저는 작동을 멈출 때까지 기다리기 싫어서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나면 바로, 주전자를 들어 올려 물을 부어요.
아직까지 오전에는 추워서 보온 물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부어 배에 올려놓곤 해요. 제가 차가운 사람은 아닌데, 추위를 많이 타거든요. 물주머니의 물구멍 입구를 왼손으로 쥐고 오른 손으로 주전자를 기울여 물을 부으려는 순간, 주전자 뚜껑 위의 수증기 배출구멍으로 열이 바짝 오른 물방울 더미가 솟고라치듯 뛰어올라 제 손등으로 뛰어내렸어요. 너무 뜨거워서 오른손의 주전자를 놓칠뻔했어요. 그렇게 손 데어 보건실에서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어요.
사실 제 손이 너무 불쌍하네요. 제 손이 주인 잘 못 만나 고생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랍니다. 한 달 전쯤이었죠. 여느 때처럼 업무를 보다가, 프린터 출력을 하게 되었어요. 물 끓일 때 빨리 끓으라고 주문을 걸듯이, 출력할 때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하고 손을 프린터 종이 배출구 앞에 갖다 댑니다. 손에서 방출되는 빨리빨리 에네르기 파가 저의 빠른 출력 소망을 이루어 줄 것 같은 망상 때문이죠.
그렇게 인쇄된 종이를 집으려는데 두 번째 장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프린터의 수평이 맞지 않아서 가끔 그런 현상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종이 투입구 뚜껑을 열었다가 닫으면 잘 나와요. 역시나 빠른 손놀림으로 투입구 뚜껑을 열고 다시 닫는 순간, 뚜껑이 닫히는 소리대신 저의 외마디 비명이 들렸습니다. 제 손가락을 배출구 근처에 놓고 있다가 투입구를 열었을 때 나도 모르게 에네르기 파에 집중하던 손바닥의 손가락하나가 주책맞게 살짝 내려와 배출구의 열린 부분에서 서성였던 거죠.
그때 뚜껑이 쾅 닫히면서 에네르기 담당 손가락이 씹힘을 당한 거죠. 제가 제 손을 찍은 거죠. 힘은 왜 그리 센지, 검지손가락 손톱 아랫부분의 살점이 너덜너덜거릴 정도로 충격이 강했어요. 역시 보건실에서 응급조치하고 병원에서 치료했어요. 이런 일 꼴을 몇 번 당하면서, 저의 괴물 같은 성격에도 불구하고 정성스레 치료해 주신 보건선생님과 친해졌죠.
보건선생님 : “주무관님 많이 바쁘시겠지만,
프린터 뚜껑도 살살 닫으시고,
주전자 물도 살살 부으시고,
일도 살살하세요.
아이들은 금방 아무는데요. 주무관님 나이는요...
이 정도면 한 달 넘게 걸릴 거 같네요"
유영 주무관 : "그게 제 마음대로 되질 않네요."
이 글을 쓰면서 나에게 이런 일이 얼마나 있었나 생각해 보니 세기도 민망할 정도예요. 앗.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요, 제가 혼술을 좋아하는 이유도 제 급한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 빨리 잠들고 싶은 마음에요.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지만요. 저녁식사 겸, 약간의 안주와 술을 마시면 잠도 빨리 들고, 배도 부르게 되고요. 술을 사랑한다고 떠들고 있지만, 사랑이 아니라, 빨리빨리 병이네요.
사실 지금도 고량주 마시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을 다 쓰고 바로 잠들고 싶네요.. 하지만.. 잠들기 전에 정말 궁금해요.. 저는 왜 이리 성격이 급한 걸까요. 타고나는 건가요.. 아님 지난주 선생님 피드백처럼 혹시 저의 미해결 게슈탈트를 해결하려는 저의 무의식이 작용하는 건가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는 격주에 한 번 일요일 오전 9시에 발행됩니다.
4월 30일 일요일 오전 9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제17화로 이어집니다.
본 감정일기를 읽은 후 (아래 링크) 심리상담전문가 캘리의 피드백을 읽으시면 화나고 우울한 감정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심리상담전문가 캘리의 피드백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제16화
https://brunch.co.kr/@ksh3266/70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2화
https://brunch.co.kr/@youyeons/40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3,4화
https://brunch.co.kr/@youyeons/43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5,6화
https://brunch.co.kr/@youyeons/45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7,8화
https://brunch.co.kr/@youyeons/47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9,10화
https://brunch.co.kr/@youyeons/52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1,12화
https://brunch.co.kr/@youyeons/53
캘리와 유영의 감정일기 13,14화
https://brunch.co.kr/@youyeons/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