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회
대회 첫날, 교육감배가 시작되기 전 아침은 선수들에게 긴장과 기대가 얽힌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운동장에서 축구공이 부딪히는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며, 아이들은 한자리에 모였다. 그동안의 수많은 훈련이 떠오르며, 이제 그 실력을 시험할 시간이 다가왔다.
이 감독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며, 자신도 모르게 발끝으로 땅을 몇 번 쓸었다. 평소 침착한 모습과 달리, 오늘만큼은 어깨가 미묘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살폈다. 집중한 눈빛, 굳게 다문 입술, 가볍게 주먹을 쥔 손.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긴장과 기대를 감추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오히려 이 감독의 마음을 더 두근거리게 했다.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에 땀이 맺혔다. 아이들에게 해야 할 말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었지만,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침을 삼키며 한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
“자, 이제 우리가 준비해 온 걸 보여줄 시간이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그는 느꼈다.
"오늘, 이 순간을 기다려왔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나도 다 알아. 하지만 이제 그 모든 노력이 빛을 발할 때가 왔다. 상대는 서귀포고, 강한 팀이지만, 우리 팀은 단합된 팀이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함께 싸워야 한다."
아이들은 감독의 말을 듣고 깊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대회에 대한 기대와 긴장 속에서, 그들은 이제 그동안 배운 모든 것을 펼쳐 보일 준비가 되었다.
첫 대회라는 긴장감 속에서, 선수들은 팀원들끼리 마지막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준비를 마쳤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유니폼을 갈아입고 마지막으로 신발을 조여 묶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서로에게 "잘 할 수 있어!" "힘내자!"라는 말을 건네며,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감독은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며 간단한 조언을 덧붙였다.
"원규야, 수비수들이 강할 거야. 침착하게 패스를 연결해. 두현아, 네가 공격의 핵심이야. 그때그때 찬스를 놓치지 말고, 상대 골키퍼를 흔들어."
서귀포고와의 전반전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상대 팀인 서귀포고는 확실히 강팀이었다. 공을 다루는 기술, 패스 속도, 그리고 조직적인 움직임까지 모든 면에서 우리 팀을 압도했다. 선수들은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고, 경기장 분위기도 서귀포고 쪽으로 기울어졌다.
전반 10분이 지나면서 상대의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 빠른 패스 플레이로 우리 진영을 공략하며 계속해서 슈팅 기회를 노렸다. 특히 상대 공격수는 강한 슈팅과 빠른 몸놀림으로 우리 수비진을 압박했다.
"밀리지 마! 수비 간격 유지해!"
이 감독은 다급하게 외쳤지만, 아이들은 급해진 마음에 실수를 연발했다. 패스 미스가 잦아졌고,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며 상대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내줬다. 우리 선수들은 더욱 움츠러들었고, 상대의 거센 압박에 수세에 몰렸다.
그리고 전반 15분, 위기가 찾아왔다. 상대 팀이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우리 골키퍼 도율이가 공중볼 처리하려 뛰어올랐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판단이 흔들리며 제대로 공을 잡지 못했고, 공이 손에서 미끄러져 상대 공격수 앞으로 떨어졌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서귀포고 공격수가 강하게 슈팅을 날렸고, 공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아..."
운동장에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실점의 충격에 선수들의 어깨가 축 처졌다. 도율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바닥을 바라보았고, 필드 위에 있던 선수들도 서로를 바라보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바로 소리쳤다.
"괜찮아! 아직 전반전이야! 우리 경기하면 돼!"
선수들은 다시 한 번 서로 눈을 마주쳤다.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그 속에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포기하지 말자. 후반전은 다를 거야." 그들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서귀포고와의 후반전
후반전이 시작되자, 선수들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전반전에서 보였던 긴장과 불안함은 사라지고, 훈련을 통해 쌓아온 팀워크가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했다. 공격수들은 더욱 침착하게 찬스를 만들었고, 수비수들은 상대의 공격을 철저히 막아내며 강한 압박을 가했다.
특히 패스의 타이밍과 방향을 맞추며 서로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공을 정확히 전달하는 기술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이제 우리 팀은 서귀포고를 상대로 당당히 맞서기 시작했다.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이 감독은 골키퍼를 도율이에서 호윤이로 교체했다. 전반전 실점 이후 위축된 도율이를 대신해 더욱 침착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 호윤을 투입한 것이다. 호윤은 골문 앞에서 손을 털며 긴장을 풀었고, 수비수들은 그에게 힘을 실어주듯 가볍게 등을 두드렸다.
"패스! 좋아, 원규!"
미드필더가 재빠르게 내준 패스를 받은 원규는 수비수를 따돌리고 빠르게 전방으로 돌파했다. 상대 수비가 그를 따라붙었지만, 원규는 침착하게 움직임을 조절하며 슈팅 기회를 엿보았다.
강력한 슈팅이 날아갔다. 공은 골대를 강하게 때리며 아쉽게 튕겨 나왔다. 하지만 기회는 계속 이어졌다. 재빠르게 쇄도하던 다른 공격수가 흘러나온 공을 놓치지 않고 강하게 밀어 넣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하나, 둘, 셋! 파이팅!" 선수들은 더욱 의기투합하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서귀포고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빠른 역습으로 반격을 시도하며 다시 경기의 흐름을 가져가려 했다.
후반 10분경, 우리 팀이 공격을 이어가던 중 상대 수비수가 무리한 태클을 시도하다 핸드볼 반칙을 범했다. 심판의 휘슬이 울리며 페널티킥이 선언되었다.
모든 선수들의 시선이 우리 팀의 주장 두현이에게 쏠렸다. 두현이는 침착하게 공을 골대에 놓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상대 골키퍼가 좌우로 몸을 흔들며 심리전을 시도했지만, 두현이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가 정확한 방향으로 찬 공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동점골!
우리 팀은 다시 한번 기세를 올렸다. 이후 경기 흐름은 더욱 치열해졌다. 양 팀은 빠른 패스 플레이와 강한 압박을 주고받으며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팽팽한 공방을 펼쳤다.
하지만 추가 득점 없이 종료 휘슬이 울렸다. 1:1 무승부.
승부차기, 극과 극의 순간
연장전 없이 바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이 감독은 승부차기를 앞두고 팀원들을 모아 짧게 말했다.
"침착하자. 상대도 긴장하고 있어. 우리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선수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골키퍼 호윤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긴장감을 다잡았다.
서귀포고의 첫 번째 키커가 달려와 강하게 슈팅을 날렸다. 호윤은 반사적으로 몸을 던졌고, 선방! 공이 그의 손에 맞고 튕겨 나갔다. 우리 벤치는 환호했다.
우리 팀의 첫 번째 키커도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키커까지 성공하며 분위기는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
3:2, 우리 팀이 앞서고 있다.
네 번째 키커 민서가 나섰다. 만약 그가 성공하면 우리 팀의 승리가 확정된다.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민서는 심호흡을 하고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공은 골대를 살짝 벗어나며 관중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괜찮아, 괜찮아!" 이 감독이 외쳤지만, 분위기는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서귀포고의 마지막 키커 차례였다. 이 키커가 넣으면 승부차기는 계속된다.
그는 호윤의 움직임을 끝까지 살피며 차분하게 공을 찼고,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4:3.
우리 팀의 마지막 키커 형배가 골문 앞에 섰다. 그의 발끝에 경기의 승패가 달려 있었다.
그는 조용히 공을 골대에 놓고 숨을 들이마셨다. 골키퍼와 눈을 마주친 뒤, 자신 있게 발을 내디뎠다.
슛—
공은 높이 떠올라 골대를 넘겨버렸다.
순간 경기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우리 팀 벤치에서 모두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패배.
서귀포고 선수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동안, 우리 팀 선수들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몇몇은 고개를 떨궜고, 몇몇은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이 감독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축구는 결국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경기였다.
그렇게 첫 번째 대회는 씁쓸한 패배로 끝이 났다.
이제, 무너진 사기를 다시 끌어올려야 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