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4장. 새로운 시작
패배의 순간, 경기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서귀포고 선수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동안, 우리 팀 선수들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몇몇은 고개를 떨궜고, 몇몇은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이 감독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축구는 결국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경기였다.
무너진 팀 분위기
라커룸으로 돌아온 선수들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았다. 물병을 들고도 마시지 못하는 아이들, 신발 끈을 푸는 손이 느릿한 아이들. 패배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특히 현석이, 민서, 성현이의 표정이 어두웠다. 현석이는 경기 내내 온몸을 던지며 수비를 했지만, 계속되는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민서는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후부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성현이는 중원에서 상대와 맞서 싸우느라 지쳐 있었다.
그때, 두현이가 조용히 일어났다.
"형배, 괜찮아. 민서야, 신경 쓰지 마."
그는 동료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 다 최선을 다했어. 하지만 이걸로 끝난 게 아니야.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강해지면 돼. 다음엔 우리가 이길 거야."
누구보다 속이 쓰릴 주장 두현이었지만, 팀을 다독이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선수들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 감독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아이들은 정말 축구를 사랑하는구나."
경기의 복기, 그리고 보완해야 할 점
경기가 끝난 후, 이 감독은 조용히 전술 노트를 펼쳤다.
"왜 경기가 이렇게 흘러갔을까."
그는 경기 내내 메모했던 내용을 되짚었다.
1. 세컨볼 싸움에서 밀렸다.
중앙 미드필더 지역에서 두 번째 볼(세컨볼)을 계속해서 상대에게 내줬다.
그로 인해 수비진에 과부하가 걸렸고, 상대가 끊임없이 공격을 이어갔다.
2. 압박 타이밍이 늦었다.
상대의 패스 플레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며, 후반까지 지속적으로 밀렸다.
3. 골 결정력 부족.
여러 차례 득점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무리가 부족했다.
이 감독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 훈련 방향을 바꿔야겠어."
세컨볼 싸움을 이기기 위한 미드필더 압박 훈련, 침착한 빌드업을 위한 패스 연습, 그리고 마무리 훈련을 강화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전략만을 고민하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 잡아야 한다."
과학교사에서 축구 지도자로, 새로운 공감의 시작
이 감독은 원래 과학교사였다. 학생들을 지도하며 실험 보고서를 함께 분석하고, 과학 경진대회에 참가시키며 그들의 성장을 도왔다. 그러나 축구부를 맡으면서,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패배의 아픔, 승리의 기쁨, 한계를 넘기 위한 노력.
그 모든 것이 스포츠를 통해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축구를 가르치는 게 아니다.’
그는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진정한 지도자가 되어야 했다.
"다음 대회는 다를 거야."
이 감독은 다짐했다. 그리고 아이들도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축구부의 진짜 도전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