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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May 08. 2023

패드민턴, 한문, 너무 웃겨

배드민턴과 탁구를 합친 경기.(교단 일기)

학생들의 운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체육 수업 이외에도 스포츠클럽이라는 시간이 있다. 이 시간은 여러 교과 선생님들이 나누어 수업을 한다.

나도 올해에는 이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종목이 패드민턴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배드민턴 공, 셔틀콕과 탁구 라켓을 들고 한다.

이게 가능할까 생각하며 첫 시간은 영상을 보았다.

와, 나에게는 생소한 경기가 이미 유튜브에는 많이 올라와 있었다.

탁구 라켓에 배드민턴 공이 닿는 소리가 경쾌했다.

두 번째 시간에 나도 라켓을 잡고 해 보았다.

나름 배드민턴도 좀 했더니 의외로 잘 되었다.

문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너무 많은 것이다.

바람이 너무 세도 배드민턴처럼 곤란하다.

배드민턴라켓으로 치는 것보다 공이 멀리 높이 날지는 않지만 좁은 공간에서 하다 보니 소나무나 향나무에 공이 올라앉기도 한다.

두 달 반 동안 미세먼지로 못 나가고 제기차긴나 다른 게임을 한 날도 많다.

결국은 미세먼지가 매우 심한 날이 아니면 마스크를 끼고 하기로 했다.

통합반에서 수업을 듣는 우리 반 학생이 패드민턴 반에 있다.

말하자면 예전의 도움반 학생인데 다른 아이들과의 차이가 거의 없는 정도의 경계선에 있는 학생이다.

말할때 표현이 매우 섬세하고 발음도 정확하여 그 냥 봐서는 다른 것을 못 느낄 정도인데 영어, 수학 학습 능력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

한문 시간에도 통합반에서 수업을 한다고 하여 그럼, 내 유튜브 수업 영상을 보여 주면 좋겠다고 통합반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패드민턴 수업 전에 영상을 본 모양이다.

배가 좀 나오고 통통한 체형이다.

나에게 패드민턴 대결을 하자고 한다. 그래서 해보자고 했더니 이 아이가,  

  "내 배 큰 대"

  하며 공을 라켓으로 친다. 두 번째 공을 치면서는,

 " 내 팔꿈치 검을 현"

 이라고 외친다.

 아이고 너무 우습기도 하고 한문과 패드민턴을 접목시키니 기특하고 귀엽기도 하다.

 나도 공을 치며,

  " 칠 타"

  했더니 아, 그런 거예요 하며 계속해서 '내 배 큰 대'를 외친다.

  멀리 떨어진 공을 자신이 주워온다 하니 다른 아이들이 공을 갖다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00이 착할 선"

 하며 공을 쳤다. 만화 마법천자문에서 무엇인가 날리며 "한자"를 말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내가 가요와 한자의 뜻음, 한문 문장의 뜻을 연결시키는 수업은 해 보았지만 한문과 패드민턴이 만날 줄은 몰랐다.

 보통 아이들보다 조금 학습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평소 언어 표현이 섬세하고 논리적인 학생이다.

 너의 언어 표현력은 매우 뛰어나니 일기를 쓰면 나중에 좋은 책이 되겠다고 말했지만 아이는 글씨 쓰기를 싫어하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질문이 다른 학생들보다 열 배는 더 많다. 학급회의 시간에 의견 발표도 많이 한다.

 과장하면 다른 아이 몇 명이 말할 의견을 말한다.

  이 아이 잘 커서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태권도를 배운다는데 처음에는 자기 방어가 너무 심하여 감정이 상하면 손과 발이 마구 나가서 곤란하였는데, 숨을 열 번 쉬고 생각하고 말하라는 말은 잘 기억하고 지키려고 애쓴다.

 학생들과 생활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겨 힘들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기발한 행동에 감동받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한문 수업 학습지를 하며 저는 아무래도 한문 하고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했던 녀석이 한문과 스포츠를 접목시켰다.

 그것도 불룩한 자기 배를 활용하여.,

풋 정말 우습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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