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산 Oct 02. 2023

청주 동물원 사자 바람이

갈비사자에서 행복하기 바람으로(교단 일기)

  창의적 특색 과목으로 진로와 한자를 가르치게 되며, 어떤 방향의 진로이든지 '생명 존중'과 '책임감'이라는  인성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학생들에게 보여 줄 관련 영상을 찾아보았다.

학생들에게 보여 줄 영상을 찾는 과정은 교사에게도 사회 현상을 관찰하는 또하나의 배움의 과정이다.

햇빛도 들지 않는 좁은 동물원에서 운동 부족과 노화로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갈비 사자에 대한 영상을 찾았다.

  인간의 이기심, 가까이서 맹수를 보여 주고 돈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햇빛도 들지 않는 작은 시멘트 상자에 갇힌 채 십 여 년 이상을 보낸 사자. 그는 이제 야생성은 잃어버리고 갈비뼈가 드러난 몸에 비틀 거리는 걸음으로 숨쉬기조차 힘들어 하고 있었다. 생태환경은 무시당한 채 좁은 유리 상자에 전시되어 말라가며 숨을 쉴 때마다 ’크엉크엉‘ 고통의 신음 소리를 토해 내던 갈비 사자의 모습은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영상을 보고 동물원의 존재 여부와 '바람직한 동물원의 모습, 자연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위한 나의 역할'이라는 문제를 제시한 학습지를 만들었다.

  그 해법의 일부는 청주 동물원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평안을 되찾은 바람이의 영상에서 볼 수 있었다. 이제는 ’크엉크엉‘하며 힘겨운 숨소리를 내지 않고 사자의 위엄 있는 걸음을 걸으며 포효하기도 했다.

동물들에게 행복한 동물원을 짓고 운영하기 위해 재원을 마련하여 동물들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설계되어 운영되는 과정에도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과 올바른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하니 진로 학습을 위해 생각해 볼 만한 영상이었다.

  그러니 사자 바람이에 관한 영상은 더없이 좋은 진로 교재로 생각되어 중요 단어는 한자를 넣어 편집했다. 9월에 수업하며 시월 연휴 때 청주 동물원을 방문할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얼마 안 되는 입장료라도 진정으로 동물을 아끼는 동물원에 내고 싶고 삶의 한 고비를 넘긴 사자를 보고 싶었다.

그런데 동물원 입장료가 1000원 밖에 되지 않았다. 남편하고 겨우 2000원 내고 귀여운 동물들을 보고 오르막길로 되어 있는 동물원을 걸으며 힐링도 하고 운동도 했다.살며 배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바람이를 청주 동물원으로 이송해 온 김정호 수의사님이 문쪽에 계셔 사진도 한컷 찍었다. 바람이를 관찰하고 예민하고 지친 사자가 놀라지 않게 기다리고 우리에 적응하게 하여 이송하는 과정이 감동적이었다. 거기에는 시종일관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

영상에서 본 존경스러운 김정호 수의사님을 보니 너무 신기했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난 듯 기쁜데 기꺼이 사진도 찍어주신다.

  나는 동물을 바라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안고 만지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생명이니 행복하게 살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적어도 사람에게 보여 주고자 학대를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가족 단위로 온 아가들이 야행성이라 잠을 자는 동물 우리를 물건으로 치고 보고 싶으니 나오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보며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님

김정호 수의사님이 야행성 동물들을 보고 싶으면 오후에 오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조용히 해야 한다고 가르치듯이 동물원 관람 예의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있는 생명이 잠자는 것은 아기가 잠을 자야 건강한 것처럼 중요하니 말이다.

  바람이도 그 하늘 아래 낮잠을 자고 있어 그의 낮잠을 존중하며 잠시만 바라보고 우리를 떠났다. 바람이의 우리 위쪽에는 동물병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연휴가 끝나면 학생들에게 바람이의 건강한 모습과 김정호 수의사님과 찍은 사진을 보여줘야겠다.

그리고 동물원에 갈 때는 야행성 동물의 우리 앞에서는 ‘쉿’하라고 일러주어야겠다.

  오랜만에 청주를 방문하고 동물들의 생태를 존중하는 야생 동물원을 방문하니 마음이 푸근하고 좋았다.



이전 08화 선생님은 최선을 다하셨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