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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Aug 05. 2023

이별하며 만나고

배롱꽃을 보며 이별과 새로운 만남(교단 일기)

  1학기 근무지 교무실 앞  아지랑이처럼 분홍빛 꽃송이 피어나는  배롱꽃을 두고 떠나왔다.

  초등에서 청소년으로 피어나느라 아우성치던 240명의 학생들을 두고 떠나왔다.

  한문은 주 당 2시간씩 8반을 들어가니 학급 당  30명씩 240명의 제자와 이별을 했다.

  어제 새벽에 내 유튜브 채널에 답글이 달렸다.

  방학 며칠 전 비 오는 교정을 찍은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장난기 있고 늘 웃는 얼굴이던 남학생이다.

  방학하고 잘 쉬고 잘 놀았을까.

  그래도 방학중 한문 선생님을 기억하다니

기특하다.

  기간제 교사로 한 한기 계약으로 갔다가 떠나니 아쉬운 이별을 하니 아쉽고 학생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다만 최선을 다해 수업을 하였더니 학생들이 한문을 어렵게만 여기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방학식날 우리 반 학생들 한테만 2학기에 새 선생님 오신다고 했는데.

  지나가던 다른 반 학생이 보고  교실로 들어와서 작별 인사했는데 그 애가 내 유튜브에 글을 남긴 것이다.

  장난이든 진심이든 이렇게 아이랑 소통하는 게 교사의 맛.  하도 교직에 흉흉한 뉴스가 많아서 글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글을 써 본다. 대다수의 학생과 교사는 선하고 친밀한 관계인데.

  한두 명의 학부모가 교사의 멘털을 흔들면 순간 착하고 선한 많은 아이들과 많은 행복한 순간을 잊을 때가 있다. 

  기도하며 다른 많은 학생과 학부형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웃어주고 다정한 말을 할 기운을 차리곤 했다.

그리고 내 힘으로 바로 행동이 고쳐지지 않는 학생에게도 다정한 말 한마디 한다.

지난 시간 네가 수업 성실하게 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 힘들게 한건 맞지?

너도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거지? 조금씩만 나아지도록 노력해 보자. 어제보다 아주 조금만 더.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의 어머니가 내 맘을 알아주지 않고 서운하게, 무례하게 했지만 그건 아이 탓이 아니고, 그런 환경이라 협력적인 교육을 하기 어려우니, 교사는  있는 힘을 다하여 학생을 격려한다.

넌 미래의 주인이고 네가 잘 커야 우리 사회도 발전하니 어제보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자.

한 송이씩 꽃망울을 터뜨린 배롱꽃이 여름 하늘 아래 꽃구름을 펼치듯.

새로 근무할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교감하며 배롱꽃 같은 웃음이 피어나는 수업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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