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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May 10. 2023

인형을 꿰매며

담임의 하소연(교단 일기)

중1 담임도 처음이지만 인형을 3일 동안 꿰매기도 처음이다.

낮잠베개로 가져온 친구의 인형을 문틀에 팡팡 치는 학생을 보았다. 그 학생은 다른 학생의 학용품도 물거나 부러뜨리기도 한단다.

불러서 지도했다. 그저 재미로 했다고 한다.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다.

우리 아이가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아이의 말로는 초등학교 때는 더 심한 장난도 많이 쳤다는데.

그 아이가 사정이 있어 며칠 학교에 안 나왔는데도 찢어진 인형이 오늘 하나, 어제 하나 그제 하나, 아이들 책상 위에 놓여 있고 교실 여기저기에 솜이 흩어져 있다.

원래 산리오 캐릭터 인형, 교실에 있는 것은 두 귀 뒷면이 뜯김

여학생 중 몇 명이 뿌리고 놀았다고 한다.

에구, 이 철없는 아이들 단순한 장난으로 보이기도 하다가 하필이면 찢고 버리고 놀까 걱정되기도 한다.

일단은 인형을 꿰맸다. 언제 뜯어진 것인지 물어볼 겨를도 없이 하루가 갔다.

수업을 하고 빈 시간에는 다툼이 있던 학생 두 명 각각 불러 조사하고 주변 아이 두어 명 불러 묻고, 학부모님께 전화하다 보니 하루가 다 갔다.

감정이 얽힌 문제라 조심스럽고 쉬우려면 쉬울 텐데 두 학생 다 마음이 꼬여 있다.

지난주에 생긴 문제인데 체험학습과 연휴가 지나고 좀 풀리길 바랐는데 한 아이의 분노 감정은 조금 누그러졌으나 서로를 보는 관점은 그대로 꼬여있다.

새 청소 당번을 정하지 않고 지각한 학생과 둘이 교실 청소를   하기로 했다.

이틀이나  인형을 꿰매고 솜뭉치를 쓸었으니 오늘은 괜찮겠지 하고 교실로 갔다.

그러나 수업이 끝난 교실에는 여전히 솜뭉치와 뜯긴 인형이 있었다.

오늘은 산리오라는 캐릭터인데 양 귀의 연결부분과 얼굴 쪽이 뜯겨 있었다.

인형 한쪽 귀를 꿰매다 사진을 찍고  반 밴드에 이렇게 하소연했다.


누가 이렇게 했나요, 분홍이는 누구 것인가요, 이 아이들도 여러분처럼 예쁜 얼굴로 친구가 되고 싶을 텐데.

아래 강아지는 얼굴 옆면을 꿰맸어요.

그래도 흉터가 남아요.

솜을 꺼내 여기저기 흩어 버린 사람은 교실 청소하는 수고로움을 아시나요.

재미있다고 파괴하고 어지럽히는 행동은 좋지 않습니다.

인형의 예쁜 얼굴을 지켜주세요.

분홍이 앞 얼굴은 일부러 떼어낸 흔적도 있네요. ㅠㅠ


, 뭔가 뿌리고 놀기를 원한다면  밖에 나와 비눗방울 놀이를 해봐야겠네요

밴드에 이 글을 올리고 오늘 하루는 인형의 난리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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