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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Jun 24. 2023

자동차 동아리

학생동아리(교단 일기)

지금까지 교직에 있으면서 지도한 학생동아리 활동은 연극, 글쓰기, 독서, 명화 그리기, 공예반, 힐링워킹, 힙합 가사 만들기, 행복 인터뷰, 페이퍼 커팅을 해봤다.

  어느 해 공예반 수업에는 학년의 말썽꾸러기들이 모두 들어와 애를 먹기도 했지만 거칠게 싸우고 욕하던 그 아이들이 와이어 공예와 천 인형 만들기를 하며 꿰매고 와이어를 감으며 집중하는 모습은 정말 기특했다.

  다른 교사 대신 들어가 하루 배운 바리스타 수업에서 들은 잠깐의 이론으로 아침마다 내가 마실 커피를 맛있게 내려 마시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늘 하던 분야만 하는 것보다 다양하게 하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교학상장이란 말이 맞는 활동이다.

  명화 그리기를 하며 마음만 갖고 배우지 못했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되었고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먼저 해보느라 밤을 새워 지중해 풍경을 그럴듯하게 그려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페이퍼커팅은 도안을 보고 오리는 면과 선을 구별하기 위해 학생보다 먼저 그림을 오려보고 배경 색에 따른 효과를 관찰하며 학생들에게 원하는 도안을 창작하는 원리까지 가르쳤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코로나 시대에 힐링워킹 동아리를 온라인으로 했던 것이다.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시각적으로 보이는 자료를 만드는 활동이 필요하여 우리나라의 둘레길을 검색하고 자기가 걷고 싶은 길 지도를 그려 보기도 하고 재미있는 실내체조를 하기도 했다.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주로 인문이나 미술 분야의 동아리 활동을 했지만 전공과 다른 분야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고 시 예산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마침 자동차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 종이 자동차 만들기를 하기로 했다.    종이 자동차를 만들고 경주도 하는 프로그램인데 훌륭한 강사를 알게 되어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교육과정에 필수로 있는 수업이라고 한다.

페이퍼커팅 작품

  종이자동차로 경주까지 한다기에 어떻게 하나 했더니 에어콤프레샤를 이용하였다.

  내게 자동차는 마지못해 운전하며 기본 구조 이해도 어려운 이야기였는데 자동차를 좋아하는 우리반 학생을 동아리 장으로 하여 프로그램을 짜니 재미있었다.

  다만 학기 초에 이것저것 제출하느라 바쁠 때 주어진 형식에 맞게 계획서를 만들고 예산을 신청하는 일이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계획에는 4월부터 만들기로 했는데 5월이 되어서야 예산이 지급되어 수업 계획을 변경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예산 사용 내역이 분명하면 품의 과정이 좀 간단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교사가 교무실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노트북을 교실로 들고 왔다 갔다하며 수업 틈틈이 업무포털 접속했다 끊어졌다 하는데 시에 예산 계획서 내고 다시 학교에 품의 올리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냥 하던 동아리 했으면 훨씬 편했을 텐데 생각도 들었다.

  예산지원이 많은 농어촌 학교일수록 교사 수도 적은데 예산 품의하고 보고 결산하는데 교사 업무가 과중한 것을 보았다.

  교사가 계획하고 필요한 물건을 정하면 품의는 다른 부서나 인력이 있어서 해주었으면 좋겠다. 항상 행사를 하면 예산 업무가 교사에게 주어져 수업하고 학생 상담하고 수업 자료 만드는 시간은 집에서 또 업무를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교사가 정시에 퇴근한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집에 가서 다시 노트북을 켜고 일하지 않는 교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온전히 교육연구, 학생지도와 상담을 하며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아무튼 자동차의 구조와 이름 맞추기도 하고, 자동차 조립 과정을 익히며 종이 자동차는 만들어졌고 나름의 이름과 가상의 자동차 회사 이름도 지어보며 수업이 진행되었다.

 장비를 가져와서 복도에서 경주도 하였다.

 장비 대여료가 비싸서 더 빌릴 수가 없어 자동차 경주로를 만들고 수동으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과정이 더 흥미로웠다.

 그 과정에 적극 참여한 우리반 ㅈㅇ이가 많은 활약을 했다. 수업을 위한 준비 과정도 도왔다. 동아리 시간이 되면 리더십과 적극성이 빛나는 학생이었다. 뿌듯하게 한 학기 수업이 끝나고 2학기는 탱크, 비행기 등을 조립하는 재료를 준비했다.

 새로운 동아리 활동은 나에게도 새로운 활력이 되었다. 교사의 길은 가르치며 끝없이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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