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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Apr 28. 2023

호기심일까, 말썽일까

교무실에 온 까치(교단일기)

출근하자마자 교무실에 갖다 놓은 화분에 물 주고 창문 열고

컴퓨터를 켜고 메신저를 확인합니다.

퇴근 무렵 점검했어도 어느새 대여섯 개가 와 있습니다.

그게 모두 학생 전달 사항이거나 해야 할 일, 제출해야 하는 일입니다.

잠시 커피 한 잔 생각이 나지만 곧 전달 내용 출력하여 교실로 갑니다.

8시 50분, 담임 반에서 출석 점검하고 전달 사항 전하고 눈만 마주치면 질문하는 아이에게 답하고 아직 오지 않은 학생에게 전화하고 1교시 수업을 위해 내려옵니다.

하루 수업 네 시간, 수업 준비 학습지는 거의 집에서 만들고 수업 사이사이 업무를 하면 되는데 중 1 학생들 하루에 한 건 이상 싸우고 울고 문제가 생깁니다.

초등학교는 사건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대부분이 격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라기보다 장난의 선을 애매하게 넘다 보면 불쾌감이 오고 가고 정확히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부족에서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최고 학년을 마치고 온 아이들이 이 정도면 초등 선생님들 얼마나 힘들지.

싸움 한 건 생기면 부상이 없는 경우 사건 발생경위를 묻고 화해하면 되지만 사안이 심각하면 각각 조사하고 부모님께 알리고 학생과 각각 상담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 상담 교사와도 의논하고 상담시간 정하고 수업 외 하루에 한두 시간 비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동료 수업 공개까지 있어 부담이 되는 날입니다.

그 사이 담임교사로 제출할 서류들과 개인 과제, 부서 업무까지 숨쉴틈 없는 날이 지나갑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말썽쟁이들 말썽에 지치기도 합니다.

그래도 귀엽고 예쁜 것은 여전합니다.

정신없는 아침 출근길에  복도에 까치가 한 마리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여기에 있지?

복도 창으로 내보내려고 여는 동안 교무실 안으로 쏙 들어갑니다.

바닥을 걷다가 의자 밑에 걸터앉길래 날지 못하나 했더니 교무실 바닥을 한 바퀴 다 돌고 칸막이 위에도 앉아 빙 둘러 보더군요. 결국 한 남자 교사가 손으로 안아 창밖으로 보내주었습니다.

바구니고 몰아 내보내려 하며 까치를 따라다닌 몇 분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까치가 호기심 많은 아이 같기도 하고 엉뚱하여 길을 잃은 아이 같기도 합니다~

영상을 만들어 수업시간에 보여주었습니다. 귀엽다고 난리네요. 문밖에 나가면 흔한 까치지만 교무실을 순시한 최초의 까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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