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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드아키택트 May 25. 2024

건축으로 돈 벌기 어려운 이유

D+54

자극적인 제목.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했던 것을 모아서 이야기해 본다. 그리고 나름의 제안을 같이 얹어야 할 것 같으니 제안을 얹어본다


건축은 1회성 서비스다

건축학부생들은 이런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건축과를 다니던 나는 교수님 말만 열심히 들었다. 그들은 마치 우리가 위대한 디자이너 또는 건축가가 될 것처럼 이야기 해준다. 하지만 실상 건축가는 서비스업이다. 내 기술을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프로젝트를 얻으면 수익을 얻게 된다. 문제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단 1회의 수익만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제조업과 큰 차이를 보인다.

건축과 유사한 크기를 다루는 선박이나 비행기 업계를 살펴보자. 그들은 하나의 제품을 만들면 이것을 수천, 수만 대를 생산하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한 번의 머리 깨지는 고민이 끝나면 그 후엔 물건을 파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러나 건축은 그렇지 않다. 건축가가 귀에 딱지가 지듯 말하는 것을 빌리자면 매 프로젝트마다 다른 설계를 한다. 본인의 스타일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아주 다르진 않을 순 있지만 항상 변주가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다른 제조업계에 비해 더 큰 공을 들여 만들지만 수익은 오히려 낮다는 것이다.


판매 후 수익 창출 없음

산업적으로도 불리하다. 저작권 산업을 보면 한번 판매한 후 계속해서 수익을 발생시키게 된다. 그 단가의 불합리함은 있겠지만 새로운 수익이 없는 건축계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다. 건축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해당사자는 건물을 의뢰하는 건축주, 설계를 하는 건축가, 시공하는 시공사, 각 부재들을 생산하는 제작사로 이루어져 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시행사도 있겠지만 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자. 건축주가 건축이라는 물건을 구매하면 건축가, 시공사, 제작사가 복작복작하며 건축물을 만들게 된다. 그들이 한번 만들어 낸 후 거의 대다수의 권리는 건축주에게 넘어가게 된다. 먹고살기 충분하게 건축주가 각 이해당사자에게 주는 것이겠지만, 지속적인 수입이 없다는 것은 건축가는 끊임없이 일해야 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대다수의 저작권이 건축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건축가가 자신이 만든 저작물로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내가 알기론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경우 대부분의 저작권 및 초상권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재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상업적으로 사진을 찍거나 관련해서 제품을 만 들 경 우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초상권 및 저작권 허락을 맡아야 한다. 이를 통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계속해서 돈을 벌 수 있지만 건축가는 그렇지 않다. 뭐 사실 이 프로젝트는 유명 건축가라 우리가 걱정할 일은 아니긴 하지만, 산업적 아쉬운 부분은 어쩔 수 없다.


불균질 한 제품

우리는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며 어느 정도 기대하는 품질이 있다. 가령 삼성의 핸드폰을 사면 기대하는 품질이 있고 애플의 핸드폰을 사면 기대하는 품질이 있다. 그럼 해당 품질을 기준으로 우리는 이 제품의 가격이 합리적인지 아닌지 어느 정도 판가름 할 수 있다. 하지만 건축은 그렇지 않다. 

건축이라는 제품이 균질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너무나 커다란 주제이니 거기까진 가지 않겠다. 다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품질이 너무 다르다는 게 현실이다. 몇 년간 터졌던 굵직한 사건들을 보면 대형 건설사의 제품마저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대형이 그런데 소형 건설사의 것들은 어떻겠는가. 인생의 가장 큰 소비 행위 중 하나인데, 동네 문방구 뽑기와 유사한 확률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품질을 논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시공상태, 결로, 마감처리 상태 등등은 우리가 단번에 평가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내가 들어간 아파트, 단독주택이 살기 적합한 형태냐는 또 다른 문제다. 어느 집은 6평으로 작지만 탄탄한 구성으로 "참 야무지게 지었다"라고 평가 내릴 수도 있다. 반대로 어느 집은 20평이 넘어도 "공간이 쓰임새가 없네"라며 냉혹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삶과 연관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건축이라는 제품을 평가 내리기가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돈을 벌기 위해선 부가가치 창출

셀프 브랜딩 시대와 더불어 자신의 제품을 SNS를 통해 홍보하는 것이 본인의 매출과 직결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건축은 1회성 제품을 만든다. 그리고 몇몇 프로젝트는 비밀유지 조항이 걸려있기 때문에 자신의 브랜드를 홍보할 수 없다. 어떤 부분들은 양해와 설득을 통해서 해결되어야겠지만 아무튼 한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이 시급하다.

웹툰 배경 제작 플랫폼을 시작한 대표의 말도 위와 유사하다. 건축과 학생들의 프로젝트는 한 학기 쎄빠지게 일을 한 후 폴더 어딘가에 잠들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결과물들을 유통시킴으로써, 웹툰 산업등에 쓰이게 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한마디로 음악처럼 건축도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행위가 좀 더 많이 일어나면 업계의 경기가 좀 더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해외 인플루언서들의 경우 본인이 만든 드로잉을 좀 더 꾸며서 전시물로 만드는 등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품질 보장

이런 SNS 같은 건 상관없다 할 수 도 있다. 건축은 건축이니 건축에 집중하겠다 할지도. 그렇다면 나는 건축의 품질보장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몇 년 전부터 맥킨지에서 밀던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몇 년간 계속 말한다는 것은 몇 년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부분은 너무나 거대한 산업 부분이라 나 같은 사람이 쉽게 덤빌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너무 주제넘게 이야기하진 않겠다.

업계의 동향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균질한 건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디지털 상에서 실제 설계 및 시뮬레이션, 해당 데이터를 토대로 실제 시공, 시행착오를 통해 디지털 모델 업데이트를 하는 순환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노하우가 잘 쌓인다면 당당하게 품질을 논하게 될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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