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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Feb 13. 2024

눈밝은 애인아_ 18

살아있다는 걸 분명히 의식하는 일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어.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이 내가 가장 원했던 곳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정말 놀라운 일이야.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여기에 있었어!


스스로가 옳았다고 믿었던 그는 그 믿음이 산산조각날 때까지 바닥으로 떨어졌지.

그는 이제야 겸손해지고 부드러워졌어.

(물론 아직도 한번씩은 예전의 나쁜 성질이 솟아

그를 삼켜버리곤 하지만, 이젠 그것이 자신을 삼키고 또 무엇을 삼켜버리는지 깨달을 정도는 되었지)


계속 '다른 곳'을 바라보고 원했기 때문에

지금 이곳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거야.

얼마나 가득 차 있는지를.

내 손에 닿는 것들, 스치는 풍경들, 내 눈에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이 기적이라는 것을.

이선희 노래처럼 그대를 만난  하나가 기적이 아니야.

지금 내가 여기에 살아 있다는 게, 내가 원했던 그 모든 것들 속에 내가 있다는 게 기적이야.


아이아빠 사업이 망하고 새로운 일 하느라 고생하는 중에 이런 말을 하다니!

결혼한 뒤 거의 최악의 상황에 떨어졌는데.

그런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게 사실이네.

내가 원했던 것은 모두 여기에 있어.

이제야 눈이 밝아진 느낌이 드네.

나는 가장 갖고 싶어했던 것을 내내 가지고 있었어.

내가 어디에 있으나 그것은 나와 함께 있네.


그걸 알아차리기가 왜 그리도 어려웠는지

불안한 채 바람속 나뭇잎처럼 쓸려다녔네.

마음이 만든 절벽과 그림자에 쫓겨다녔네.


이런 눈뜸은 내가 살아 있다는  분명하게 의식하는 일.

나는 내 과거와 현재, 미래조차도 손에 쥐고 있어.

아니 쥐고 있다는 말은 명확치 않아.

그것은 나와 한 덩어리로 움직이네.

매순간 한 방향을 향해서.

그래서 모든 꿈은 현실이 되고 매 순간은 기적이 되네.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아.

눈이 자꾸 어두워지지 않기만을 기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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