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을 달처럼, 멀리 있는 그윽한 님처럼 떠올리곤 했다네.
이 누추하고 밋밋하고 허무한 삶에서 나를 건져올려줄
환하고 총명하며 아름다운 애인.
그런데 오늘 눈을 번쩍 뜨고보니...
애인은 내가 바라보고 느끼는 것 안에 있을 수 밖에 없네.
나와는 전혀 다른 것이, 또는 전혀 다른 사람이 애인이 되지는 못하네.
좀더 명확히 말하자면 스스로에게 애인이 되지 못하고
바깥에서만 애인을 찾는 일은 '아니'라는 말이네.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새해다짐을 뭉개며
게으른 하루를 보내다가 "아!" 하고 깨닫네.
내가 나를 애인처럼 사랑하고 인정하질 못하는데
누가 나를, 또는 내가 누굴 그리하겠는가.
어쩌면 이건 (세상은, 사랑은) 부메랑이네.
나는 내가 느끼고 바라보고 사랑한 만큼만 돌려받네.
자연이든 사람이든 그 무엇이든 마찬가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나?
그리하여 나는 이제 막 눈 뜬 아기처럼 깨닫네.
아, 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애인과 하루 스물네시간 꼬박 붙어서 살고 있었구나!
같이 눈뜨고 같이 밥 먹고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거울속 애인을 보니 깜짝 놀라서 정신이 확 드네.
나는 이렇게 뒤죽박죽으로 사는 애인은 별로네.
게으름과 무기력에 빠져있는 애인도 별로네.
나는 총명한 정신과 쾌활한 마음을 가진 애인을 원한다네.
진지하면서도 장난스럽고 품위 있으면서도 명랑한 그이를 원한다네.
자기가 만들어놓은 성 안에 들어가 머리를 싸매고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여기 이 사람을 내 맘에 드는 애인으로 만들어야겠네.
한번에 확~은 안될 테니 조금씩 천천히.
나는 멋진 애인과 살고 싶네.
그리 만들고야 말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