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비춘 마음
너와 나는 초면이다
매번 달라지는 너는
검고 하얗고 마시고 앉아있고 서 있는 너는
돌아볼 때마다 다른 얼굴이다
붙잡으려 할 때마다 달아나지
매번 놓치는 벚꽃잎처럼
수신 없어 보내지도 못하는 편지처럼
허공에 둥둥 떠서 날아다닌다
네가 물의 눈동자란 걸 난 알아차렸어
흐르는 게 네 일이다, 비추는 게 네 일이다
보는 것은 모두 네게로 들어가
네 눈 속에서 녹아버린다
가끔 너는 케잌처럼 접시 위에 있어
입에 떠넣으면 온몸이 달콤해지지
하지만 삼키면서 돌가루로 변하기도 해
내가 무얼 먹는지 어떻게 안다는 건가
배고픈 들개처럼 털이 곤두설 땐
내게 아는 척하지 마
바늘끝도 안 들어가게 조그매질 때도
변덕스럽게 끓어오를 때도 아는 척 말라니까
네가 띄엄띄엄 수줍어졌다
모습을 감춰버렸다 물의 푸른녹처럼
어둠이 삼켜버린 그림자처럼
어디 있어? 나는 유리창을 깨버렸다
그제야 네가 밝아졌다
날개도 없이 늠름하게 솟아 나를 굽어본다
아무것도 원치 않게 되어서야 갖게 되는
그것이 너의 방식, 누구도 너를 가둘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