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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Feb 03. 2024

눈밝은 애인_ 15

몸의 힘

몸의 힘


생각은 간단하다 몸에 비해선

고등어는 간단하지 않느냐고 넌 물었지만

그건 도마 위의 얘기

생각은 잘라내도 몸은 잘라낼 수 없는 것


생각만 데려가고 싶어도 몸이 따라온다

주인인 척 양보도 없이

고작 한 덩어리인데도 몸처럼

식솔을 많이 거느리는 것도 없어


그럼에도 가장 단순한 충족이 넘친다

생각을 달지 않은 무조건적인 반사

'살아 있다'고 몸이 하는 이야기는

오래고 오랜 습성


몸이 가는 길로

몸이 생각을 끄을고 간다

회오리 같던 생각도 어느새

배춧속처럼 몸에 달라붙어


젖은 옷을 입게 한다

사람을 나는 족속이 아니게 한다

침빗으로 머리를 빗게 만드는

몸의 위력


몸은

미끌어질수록 눈부신 빙판

생각을 인질로 잡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슬한 살 위에서

어름산이가 줄타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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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정신의 위대함도 있지만

그것조차 그 몸에 갇혀 있다.

정신이 강건하도록 몸을 단련하지 않으면

어떤 선각자라도 무너진다.

의-식-주, 이 허망하고 부질없고도 강력한 족쇄.

덧없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오감으로 들어오는 감동은 또 얼마나 눈부신가.


한숨이 나온다.

몸의 덧없음이여, 그 기쁨과 눈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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