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도비와 성냥팔이 소녀
성냥 사세요
성냥
성냥 사세요
성냥이요
추운 겨울 성냥팔이 소녀는
내다 팔 성냥이라도 있었다
성냥 주세요
성냥
성냥 주세요
성냥개비 하나만요
추운 겨울 성냥을 구걸하던 도비는
꽁꽁 얼어붙으려 했다
성냥개비 좀 주세요
한 개라도 괜찮아요
도비의 남편은 시간이 없었다
도비의 남편은 바빴고
도비의 남편은 피곤했다
도비의 남편은 공부를 해야 했다
함께하는 시간을 불쏘시개 삼아
도비의 남편은 공부했다
남은 성냥개비는 없었다
성냥 주세요 성냥
성냥개비 하나만요
커피 한 잔만요
놀이터 한 번만요
성냥 살게요 성냥
성냥개비 삽니다
두 아이가 자랐고
도비는 얼어붙었다
도비는 금이 갔다
텅 빈 속이
그제야 드러났다
도비의 남편이
성냥을 들고 왔다
성냥은 필요 없어요
도비를 놓아주세요
도비의 남편이
성냥개비를 내민다
도비는 기운이 없어요
거기다 놓고 가세요
채 쪼개지도 않은 장작을 가져와
도비의 남편이 불을 피운다
도비는 눙물이 난다
아니 연기가 너무 맵네요
21년 봄, 도비는 울고 웃기를 반복하며 한달음에 시를 세 편 썼다. 쓰기가 끝났을 땐, 입고 있던 카디건 양쪽 소매가 흠뻑 젖어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눈물을 많이 쏟으며 썼지만 끝내 모임에는 공개하지 못했던 나의 성냥개비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