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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비 Apr 17. 2023

우리는 이혼에 적응할 수 있을까

첫 브런치북을 맺으며

아이들과 나는 이혼에 적응할 수 있을까. 늘 싱글맘의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별거하고 이혼해 보니 남편이 정말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이혼을 막기 위해 했던 일련의 노력이 열매를 맺어 아이들은 아빠와 노는 것을 조금 좋아하게 되었다. 멋진 일이다.


길었던 독박육아가 남긴 후유증 때문에 나는 아이들에게는 사회적 얼굴을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종종 짜증을 퍼붓기도 했다.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서라도 이혼을 원한다고 말했었으니 그렇게 해 주면 좋겠다고 애들 아빠가 보내온 카톡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잊고 지냈었다, 이혼을 요구하며 남편에게 그런 말을 했던 줄. 내 몸, 내 마음 하나 추스르기도 힘든 와중에 나는 그야말로 모든 벌이와 살림을 혼자 하면서 아이들까지 돌봐야 했다. 멀쩡한 상태로 어린 자녀 둘을 보는 일도 이미 벅찬 상태에서 싱글맘, 워킹맘의 삶을 살기란 정말 힘들다.


이미 일용할 무기력과 신경질이 넘치던 나는 끊었던 신경안정제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엄마의 짜증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고, 내 자괴감과 죄책감으로부터 나를 건져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라도 아이들에게 한 번 더 웃어 보이고 싶었다. 효력이 있는 줄은 아직 더 먹어 봐야 알겠지만.

 

우습게도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근심하는 나를 건져내는 건, 초보 엄마 시절 그가 나에게 건넨 말 한마디였다. 세상에 완전한 부모는 없다고, 내 부모님도 완벽한 부모님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으로 잘 자랐다고, 그러니 우리의 아이도 괜찮은 사회 구성원으로 잘 자랄 수 있을 거라고 했던 그 말.


수많은 번뇌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여기까지 오고 만 지나간 내 삶이 후회되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미안하지만, 하루하루를 내 의지를 다해 살아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친구들에게는 아무도 이혼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이렇게 슬픈 일은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직접 살아내는 한부모의 삶은 생각보다 더 힘들다. 그래도 죽을 것처럼 힘들지는 않다. 약간의 고성과 다툼은 이혼 전에도 있던 일이고, 삶은 어떻게든 살아진다. 부모도 아이들도 어떻게든 버텨내게 된다. 그러니 해 봤자 쓸데없는 걱정일랑 주머니에 넣어두고 우리 모두 일기를 쓰자. 결국 남는 건 사진이고, 일기였다.   


잔고는 다음 생에...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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