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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 Jun 09. 2024

내 몸에 맞는 차를 마십니다

쑥차를 먹기 시작한 이유


저의 아침 일상에 새로운 루틴이 생겼습니다. 6월에 들어서자마자 쑥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끓이고, 여린 쑥잎을 티텀블러에 덜어 차를 우립니다. 그렇게 하루동안 마실 ‘오늘의 쑥차’를 넉넉히 우립니다. 몽롱한 기운 속에서 맑고 노란 빛깔을 감상하고 쑥향을 들이마시고 따뜻한 차를 입 안에 머금습니다. 그러면 찻잎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처럼 어수선했던 마음도 한결 차분해집니다.


때는 6월 1일. 큰 규모의 차 박람회에 갔다가 내 몸에 맞는 차를 상담해 준다는 패널을 내건 부스에 홀리듯 들어갔습니다. 먼저 따뜻한 보리차를 두어 잔 내어준 명인은 이런저런 질문을 시작하셨습니다. 유달리 몸이 차고 몇 년 동안 불면증이 심한 증상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전에, 그런 점들을 먼저 짚어주시면서 저에게 쑥차를 진단해 주셨습니다. 쑥은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불면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군요. 자연에서 일일이 따낸 야생 쑥잎을 우려 주신 덕에 앉은 자리에서 세 잔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곧이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차가웠던 손이 따뜻해지더니 에어컨 바람에 조금 추웠던 몸에도 서서히 열이 차올랐습니다. 따뜻하다 못해 후끈후끈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명인은 다 자신에게 맞는 차가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요즘 사람들이 너무도 ‘아무거나’ 먹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속을 배리고’ 있다고요. 쑥차를 한 봉지 사가려는 제게 명인은 이런 처방을 내려주셨습니다. “딱 한 달만 커피 끊고 쑥차를 꾸준히 마셔 보세요.” 저녁에도 따뜻하게 한 잔 마시고 잠자리에 들라고요.


회사에서도 하루종일 마시고 있습니다. 늘 마시던 커피를 끊는 것은 어렵지만요.


그렇게 된 연유로 티텀블러를 회사에 들고 다니며 낮밤으로 쑥차를 홀짝거리는 요즘입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차와 관련된 기억이 하나 떠오릅니다. 한창 수족냉증으로 고생하고 있던 겨울, 따뜻한 차를 마셔볼까 하고 회사 탕비실에 구비되어 있는 현미녹차와 메밀차를 매일 우려 마셨는데요. 알고 보니 모두 몸을 오히려 차게 하는 차였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들어 더 이상 마시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양배추는 또 어떤가요. 한동안 쌈장과 함께 맛있게 먹었건만 몸을 차게 할뿐더러 소화가 안 되는 사람이 먹으면 더 위장을 자극한다고 합니다.


‘아무거나 먹는다‘라는 것은, 나를 바라보지 않고 음식만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루 중에도 수많은 음식들 속에서 무엇을 먹을지 고릅니다. 맛있는 음식, 몸에 좋다고 하는 음식, 보기에 예쁜 음식, 건강해 보이는 음식, 스트레스 풀어주는 음식... 우리는 어떤 음식이 대체적으로 몸에 좋고 나쁜지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음식이 친숙한지 낯선지도,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밍밍한지도요. 그동안 익히 들어온 지식이나 내 안에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린 무엇을 먹을지 판단하고 고릅니다.


하지만 그러한 뚜렷하고 익숙한 기호에 가려져, 보고 있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내 몸입니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고유한 나의 몸의 리듬 말입니다. 그 리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있나요? 만약 내 몸이 실로폰의 리듬을 낼 줄 안다면, 필요한 것은 캐스터네츠입니다. 피아노나 기타의 리듬을 낼 줄 안다면, 드럼이 필요하고요. 첼로의 리듬을 내는 몸이라면 심벌즈가 필요합니다. 음악에 맞는 박자를 만들어내는 똑같은 타악기일지라도 어떤 가락악기와 박자를 맞추느냐에 따라 조화를 이루는 궁합이 다릅니다.


그러나 마치 지금 우리의 식생활은 그저 기분에 따라 캐스터네츠를 쳤다가 드럼을 치고, 심벌즈를 쳤다가 트라이앵글을 치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되면 기껏 완성한 연주는 불협화음 투성이가 됩니다. 아무거나 먹는 버릇이 든 현대 사회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합주’의 감각인 것입니다. 먼저 내 몸이 가지고 있는 리듬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리듬과 궁합을 이루는 리듬을 가진 음식을 그 위에 조화롭게 얹을 뿐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음식이 아닌 나를 먼저 바라보는 식생활이 필요합니다.



음식을 먹는 것의 기본은 ‘건강하고 맛있는 것을 먹는다’가 아니라 ‘나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궁합을 먼저 생각한다‘가 아닐까요? 나에게 맞는 음식, 효능, 양 같은 것 말입니다. 이번 달에는 나에게 맞는 음식으로 어떤 것이 있을지 탐구해 보고, 그 음식을 한 달 동안 건강한 방식으로 꾸준히 먹어 보는 도전을 해 봐도 좋겠습니다. 먼저 내 몸이 대체적으로 어떤지, 어떤 증상으로 힘든지, 무엇이 부족한지 귀 기울여 봅시다. 그렇게 천천히 지휘를 시작해 보는 것입니다. 과연 한 달 뒤에 좋은 변화가 나타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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