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이라는 인생의 겨울을 지날 때(2편)

#퇴직 #퇴직 사유 #방향성 상실 #인생의 겨울 #겨울나기 #홀로서기

by 미스틱

지나왔던 직장생활을 복기해보니 직장생활이 마냥 힘들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유통업체 특성상 '무한대의 책임과 역할'로 규정짓는 점장의 특성상 직장생활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쥘 수 있는 위치이다 보니 매출 실적만 뒷받침되면 그 당시 직장생활은 큰 어려움 없이 해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물론 직원들과의 의사소통과 팀워크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어야만 한다.


나의 10년간의 점장 생활은 그야말로 이전의 힘들었던 직장생활을 보상받기라도 하듯이 직원들과 정말 열심히 일도 했고, 좋은 성과도 일궈냈고, 일과 후 동아리나 회식 모임 등을 통해 많은 추억의 시간들을 만들기도 했다. 점장 직책을 수행하는 바쁜 와중에서도 난 일과 시간 후 남는 시간을 자기 계발에 올인했고, 그 결과 내 생애 최대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경영학 박사 타이틀도 취득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난 점장 시절 내내 좋은 평가를 유지했고, 이른 나이에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본부장이라는 타이틀을 어렵지 않게 거머쥘 수 있게 되었다. 후배들은 직장생활과 자기 계발에 있어 나를 인생의 롤모델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본부장이 직책을 수행하면서 의도치 않게 회사의 경영진으로 분류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난 점장 시절의 달달한 시간들을 더 이상 맛볼 수 없게 되었다.




직속 상사는 경영악화와 부진한 재무수치를 근거로 부단하게 현장의 실적 개선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미팅과 긴급 메시지는 점진적으로 정신을 황폐화시켰고, 급기야는 나의 리더십의 강점인 여유와 기다림, 배려와 동기부여의 리더십마저도 잃어버리게 함으로써 삶과 직장생활의 방향성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난 끊임없이 나의 리더십을 잃지 않기 위한 균형점을 찾고자 노력했다.


특히 본사 영업본부장 시절에서 경험했던 일들은 끔찍할 정도였다. 동료 본부장들 간에도 카르텔을 형성해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애썼고, 사내 정치와 인맥 만들기, 그리고 상사에 대한 아부와 노골적인 굽신거림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영업의 수장이었던 직속 상사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대상이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나의 곧은 성격 탓에 난 온전히 홀로서기를 할 수 밖에는 없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지만 주지스님이 싫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주지스님이 떠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어찌 되었던 내 염원대로 주지스님이 결국 떠났다. 하지만 '구관이 명관이라'란 속담처럼 다음 내정자가 확정되면서 난 다시 지역본부장으로 내려가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면담 이후 결국 지역본부장으로 내려왔고, 지역본부장을 하면서 난 예전부터 준비해왔던 인생의 플랜비(Plan-B)를 진행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난 금번 희망퇴직을 신청하게 되었다. 내 삶의 주도권과 생사 이탈권을 더 이상 남에게 맡기고 싶진 않았다. 아래 글을 통해서 왜 내가 그간 퇴직하고 싶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를 하고 싶어졌다. 직장생활에서 누구나 느끼는 감정과 원인은 엇비슷할 것이다. 도움이 안 되는 장문의 글이지만 초보 작가의 어설픈 글이라 생각하고, 읽어주는 넓은 아량을 베풀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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