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이라는 인생의 겨울을 지날 때(1편)

#퇴직 #퇴직 사유 #방향성 상실 #인생의 겨울 #겨울나기 #홀로서기

by 미스틱
'회사'가 인생에 있어 많은 것을 배우고 트레이닝하는 '학교'라면 퇴사는 또 다른 꿈을 위한 '졸업'이다. - 《퇴사 학교》 중에서 -

'사회적 죽음' 또는 '사회적 졸업'이라고 일컫는 퇴직을 한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매일 새벽같이 울리던 카톡과 문자 알람 소리도 이제는 더 이상 울리지 않는다. 다급하게 재촉하는 메일의 업무 메시지로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나름 회사에서 잘 나가던 나였기에 나의 갑작스러운 희망퇴직 소문에 놀란 후배들과 동료들의 끊임없는 전화벨 소리도 이내 잠잠해졌다.




28년간 월급쟁이가 퇴사를 한 후 느끼는 감정은 계절상의 겨울과 인생의 겨울이 맞물려 더욱 혹독하게만 느껴졌다. 잘 해왔고, 잘 해낼 것이라는 호언성 장담과 달리 퇴직 이후에도 난 단 하루 맘 편하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것처럼 잡다한 근심의 파편들이 여전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밤마다 이어졌다. 밤새 잠을 설치다 겨우 선잠을 자고 나서 이전에 맞춰놓은 기상 알람소리에 깨어날 때쯤이면 직장에 출근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여전히 느끼고 있었다.


대기업 평균 퇴직 나이가 49세라고 하는데 난 그보다 몇 년 이상은 더 다녔고, 그것도 직장생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임원으로 근무하다 퇴직을 했으니 여한이 없어야 하는데도 막상 퇴직은 현실 세상과 맞닥뜨려야 할 많은 난제들이 현실이라는 도피처에 여기저기 산재해 있었다.


이렇게 안절부절 불안한 나를 보면서 백년지기 아내는 "그동안 28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참 고생 많았다. 애 많이 썼다. 몸도 마음도 지쳤을 테니 아무 생각도, 아무 것도 하지 말고 당분간 푹 쉬었으면 좋겠다." 라며 내게 진심 어린 위로를 자주 건넸다. 하지만 오랜 직장생활 동안 채워져 있던 무거운 노예 사슬의 선명한 때 자국과 녹의 상흔을 벗겨내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조급증이 다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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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추운 계절인 겨울의 초입기에 혹독한 '퇴직 후 스프레스 장애(PRSD, Post-Retirement Stress Disorder)'를 앓고 있는 내게 아내의 이런 진심 어린 위안은 잠시나마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역시 인생의 후반전은 아내뿐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내의 말처럼 인생의 후반전은 나의 내면에 평화를 선물할 때인 것 같다. 책임감과 의무가 넘치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어느 정도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시점에 도래했다. 삶의 질곡과 풍파도 겪을 대로 겪었으니 예전만큼 두려움을 느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움츠리는 것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줄 때가 된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의 후반전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전반전은 능숙한 플레이어로서 잘 살아왔지만 후반전 첫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애처럼 일어서고 넘어서는 힘든 인생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 힘들지 않았던 게 있었던가. 수천번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지 않았던가. 결국은 걸었고, 뛸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혼자만의 사색과 산책, 글쓰기를 통해 그간 걸어왔던 시간들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그려보아야 한다. 무거운 책임감을 잠시 내려놓고, 가끔은 아내에게 기대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완전한 생명력을 잃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나무가 내면적으로는 내년 봄의 소생을 기다리듯이 나 또한 새로운 인생의 생명력을 싹틔우기 위해 인생 2막의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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