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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Apr 16. 2022

봄에는 사라봉!

#사라봉 #별도병 #24,945보 #제주국립박물관 #실감 영상실 #세한도

24,925!

도보(뚜벅이) 여행 1일 차 걸음 수. 숏한 짝꿍 걸음 수 28,539!


대체 오늘 하루 뭔 짓을 한 거니?


미친 봄날씨인지 한낮 기온이 약 28℃(실제 체감온도는 30℃ 이상)까지 기록했으니 백팩을 멘 나는 하루 종일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일상생활에선 저질 체력, 여행에선 양질 체력으로 변신하는 짝꿍마저도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샤워 후 통증으로 발바닥에 파스까지 붙일 정도였다. 그래서 이 날 여행은 한마디로 '무리한 여행 스케줄과 더운 날씨가 빚은 도보 여행의 대참사'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탐라 한달살이를 계획할 때 우리 커플은 '하루는 차량, 하루는 도보! 제주시 주변 모든 바닷가 방문! 관광객이 찾는 곳보다는 도민들이 찾는 찐 핫플!' 위주로 여행의 개략적인 원칙을 정했더랬다. 하지만 무리한 도보 여행이 빚은 참사 덕분(?)에 우리 커플은 도보 여행을 주 1회만 하기로 암묵적으로 재합의 하고야 말았다.


참고로 제주 원도심 중심의 도보 여행 코스는 탑동 서부두 방파제 →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 시네마 →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외식/쇼핑/숙박) → 맥파이 블루버드(수제 맥주) → 파도식당(고기국수) → 사라봉 → 별도봉 → 제주국립박물관 → 스벅 → 동문시장 야시장 순이었다.


파도식당 고기국수 곱빼기. 주문 전 이성적 판단 필요. 참고로 세숫대야 사이즈(?).


짧은 탐라 여행에서 얻은 최고의 선물은 바로 '오름'의 발견이었다. 제주도 하면 한라산 정도만 알고 있던 내게 오름은 단지 기생화산 또는 동네마다 하나쯤 있는 야트막한 동산쯤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몇 개의 소소한 오름을 오른 후 완전히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주 동쪽에 위치해 오르면 절로 감탄이 나오는 아름다운 굼부리.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탐방로를 부지런히 오르면 움푹 파인 게 장관임. 돌로 쌓아 만든 밭담과 어우러져 더욱 조화로운 풍경. 마치 비단 치마에 봄을 감싼 여인처럼 우아한 몸맵시가 말쑥하다. - 오름나그네 김종철 -


예로부터 제주도 사람들은 오름을 등지고 살고, 오름에서 나고 자라서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 그만큼 오름은 제주 사람들이 가장 기대고 의지하며 살았던 삶의 터전이란 말일 것이다.




도보 여행이 빚은 대참사에도 불구하고 다행이도 우리 커플은 제주공항과도 가까운 건입동에 위치한 '사라봉'과 '별도봉'을 오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당일 도보 여행 코스 중 시내에 위치해 있기도 했고, 접근성도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높이 184m 정도로 돌계단까지 정갈하게 깔려있어 만만할 것 같지만 그래도 오름인지라 약간 호흡이 가파지고 헐떡임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입구부터 왕벚꽃이 만개해 벚꽃터널을 만들어 장관을 연출했다.


정상에 오르면 체육시설과 휴게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팔각정 형태의 망양각(閣)이 있어 360도 파노라마 뷰를 만끽할 수 있었다. 좌측으로는 제주시 중심부를 한눈에 내려다 보였고, 정면과 우측으로는 가슴 뻥 뚫리는 제주항 오션뷰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망양점에 앉으면 겹겹이 흰색의 원피스를 입은 벚꽃과 고집스럽게 한 가지 봄옷만 입는 초록의 소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사라봉만의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토록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광을 이 정도의 작은 수고로움으로도 만끽할 수 있다니. 더운 날씨였지만 사방이 탁 트인 망양정 위에 뷰멍을 하고 있으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젖은 온몸 구석구석을 개운하게 말려주었다. 한참 동안 우리 커플은 아무 말없이 지친 심신을 뷰멍으로 달랬다.  


사라봉 망양각에서 바라본 오션뷰(제주항)


예로부터 사라봉은 사봉낙조(照, 사라봉에서 바라보는 해넘이)라 하여 사라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낙조의 아름다움이 뛰어나다고 해서 제주10경 중의 하나로 불린다고 한다. 낙조까지 보고 싶었지만 고된 일정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사라봉과 이어져 있는 별도봉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사라봉이 계단과 아스팔트로 짤 꾸민 도시 여성이라고 하면 별도봉은 흙길에 야자매트가 깔려있어 수수한 시골 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라봉에서 출발하면 1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데 우리 커플은 별도봉 정상에서 또 한번 사방으로 뻥 뚫린 360도 오션뷰를 만끽할 수 있었다. 참고로 별도봉의 북사면은 벼랑으로 자살바위와 애기업은돌이라는 괴암이 있으며, 바다와 맞닿은 곳에는 고래도 드나들 수 있을 만큼 커다란 해식 동굴인 고래굴이 있다고 한다. 억새철에 오면 더 멋진 곳이 바로 별도봉이다.


사라봉과 별도봉은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주 도민과 인근 주민들에게는 매우 인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이후에 가본 서우봉, 도두봉도 잊을 수 없는 탐라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고백하면 난 오름에 푹 빠져 버렸다. 내 짝꿍은 바다를 좋아하고, 난 오름을 좋아하니 우리들은 향후 모든 일정을 바다와 오름이 인접해 있는 곳으로 여행 일정을 짜기로 결정했다.



유채꽃 오름으로 잘 알려진 서우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오션뷰도 멋짐.


도두봉에서 바라본 전경


제주도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다고 하니 앞으로 남은 탐라 한달살이 동안 부지런히 오름을 찾아서 방문할 예정이다. 오름이 궁금해 자료를 찾아보니 오름은 제주도 말로 산을 의미한다고 한다. 오름은 한라산의 기생화산이 아니라 각자의 화산이 폭발해 재가 생성되고 쌓여서 만들어진 독립 화산으로 '작은 산' 또는 '작은 화산체'를 말한다.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이 분출하기 전에 가스가 먼저 나오는데 이 가스가 고체화가 되어서 화산재가 쌓인 게 오름이다. 지질학적 용어로는 스코리아(Scoria, 화산암재)라고 한다. 오름의 흙은 화산송이로 붉은색을 띠는 게 특징이며, 돌 또한 가벼운데 가스가 고체화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용암이 분출해서 만들어진 것이 곶자왈, 화산재가 쌓여서 만든 것이 오름이다.


봉으로 끝나는 오름명은 봉우리에 봉수대를 설치해서 생긴 이름이다. 오름 중에는 커다란 분화구를 자랑하는 오름이 있는데 다랑쉬오름이며,  군산은 한라산처럼 분화구와 담수가 있어 관광객들에게도 매우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벚꽃이 아름다운 오름, 억새가 아름다운 오름,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오름, 한라산 뷰와 오션뷰가 아름다운 오름, 설경이 아름다운 오름 등 셀 수 없는 팔색조의 매력을 뽐내는 게 오름이다. 숲에 둘러싸인 산책길과 드넓은 정상, 펼쳐진 하늘과 바다, 새소리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 또한 오름이다. 게다가 지친 심신을 힐링하고 치유까지 해주니 이건 덤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끼고, 아는 만큼 즐기고, 아는 만큼 행복한 게 바로 인생의 여행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난 이번 탐라 한달살이에서 오름의 찐 매력을 쪼금 보고, 느끼고, 즐기게 되었다. 남은 기간 동안 부지런히 오름을 탐방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봄에 탐라국을 방문한다면 사라봉!!!이다. 


To be continued......


제주 국립 박물관 지하1층 실감영상실, 기대 이상! / 추사 김정희 세한도, 반드시 보시길 강추! (이 모든 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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