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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Apr 21. 2022

믿기지 않거나 믿을 수 없는 여행지!

#김녕 성세기 해수욕장 #월정리 해수욕장 #청굴물 #송악산 둘레길

항상 보는 바다쯤으로 생각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믿기지 않거나 믿을 수가 없었다. 마치 동남아 유명 휴양지에 온 듯한 새하얀 모래, 바닥이 환히 비칠 정도로 투명한 쪽빛 물결, 빨간 등대와 풍력발전기, 그리고 눈부실 정도로 파란 봄 하늘까지 이 모든 게 한 데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투명한 쪽빛 바다와 흰모래에 설레고, 봄햇살과 푸른 바다에 가슴이 뛰었다. 쪽빛, 옥빛, 코발트빛, 에메랄드 빛, 지중해 블루 등 표현할 수 있는 온갖 형용사를 갖다 붙여도 그 아름다움의 본질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김녕성세기해수욕장에서 찍은 사진들


김녕해수욕장의 사진 핫플


떠나기가 못내 아쉬워 동영상으로 남김


그날은 보석처럼 투명한 용천수가 돌담을 간지럽히며 바다에서 솟아났다고 해도 믿을 만큼 맑고 투명한 해수가 마치 담수인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해변의 흰모래를 물결 양으로 쓸어내리고 있었다. 시간과 계절, 날씨에 따라 다채로운 색채를 달리하는 바다가 바로 4월의 제주 바다다. 그중에도 우리 커플이 간 곳은 바로 김녕 성세기 해수욕장이었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하늘을 맘껏 누비는 카이트 서핑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투명한 에메랄드 빛 바다와 맞닿은 하얀 모래 위 백사장에는 예비부부들의 화보 촬영이 한창이었다. 온갖 다양하고 포즈와 행복한 표정들, 예비 신부의 깔깔대는 웃음소리, 그들의 하이 텐션이 멋진 해변 분위기를 더 들뜨게 만들었다.  


떠나는 게 못내 아쉬워 우린 혹시나 싶어 가져온 캠핑용 의자를 백사장 위에 펼쳤다. 잠시나마 삶과 여행의 망중한(閑)을 즐기고 싶었던 것 같다. 예비부부들의 화보 촬영을 보면서 우리도 잠시 26년 전 우리 둘만의 웨딩 화보 촬영장으로 돌아가 그날을 회상했다. 우리도 저들처럼 저렇게 즐거웠을까? 보는 동안 세상의 모든 욕심과 근심이 사라졌다.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카메라가 아니라 눈으로, 아니 오감으로 저장해야 한다. 그래야 평생 동안 기억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단지 거들뿐이다.


김녕 성세기 해수욕장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인 듯 풍력발전기도 가깝게 많이 보였고, 곱게 간 듯 백사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미세 그물망도 쳐 놓은 게 보였다. 성세기는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한 작은 성을 뜻한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확인하니 유달리 하얀 모래는 조개, 해양생물의 골격으로 해안으로 밀려와 쌓여서 그렇다고 한다. 해변에 가면 꼭 두 손과 두 발로 곱게 간 하얀 모래의 감촉을 느끼길 바란다.


월정리 해수욕장, 담수가 아닌 바닷물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견공의 모습이 해맑고 행복해 보인다.


아쉽지만 김녕 해수욕장을 떠나 인근 월정리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더 큰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월정리 해수욕장 또한 김녕 해수욕장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김녕해수욕장이 시골의 아담한 순수함을 갖춘 동생 해변이라면 월정리 해수욕장은 더 넓은 해변, 그리고 카페거리와 펜션 등이 즐비해 도시의 화려함을 갖춘 형님 해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김녕 해수욕장과 같이 수심이 얕은 편이어서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봄 날씨에도 불구하고 함께 물놀이를 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해변의 우측 편에는 서핑을 하러 온 서퍼들과 관광객들이 서핑 슈트를 입고 자유롭게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었다. 해수욕을 좋아하는 아내의 마음이 잠시 흔들리는 듯 보였다.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월정리'는 '달이 머문다'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밝은 달이 비치면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곳이며, 그에 못지않게 일몰도 아름답다고 한다. 아쉽지만 오늘을 그 두 가지를 못 보고 갈 것 같아 미련의 꼬리를 남기고 가야 할 것 같다.


월정리 해수욕장


인근 청굴물로 향했다. 청굴물은 용암대지 하부에서 용천수가 솟아나는 곳이다. 용암대지의 하부에는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점토층이 분포하고 있어 지표에 내린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고 해안선 부근에서 솟아나는데 김녕 해변에는 여러 곳의 용천수가 있지만 청굴물은 그중에서 차갑기로 소문나 여름철만 되면 각지의 사람들이 이 물로 병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온다고들 한다. 담수와 해수의 맑기가 차이가 없을 정도로 바닷물이 투명했다. 잠시 내 짝꿍과 발을 담그고 싶었지만 묵은 때와 냄새 때문에 보는 것으로만 만족하기로 했다.


청굴물. 용암대지 하부에서 용천수(지하수)가 솟아나는 곳으로 유명함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바로 너무나도 유명한 송악산 둘레길이다. 이곳은 제주 최남단 지역에 위치해 미라해양도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자랑한다. 절울이 오름으로도 불리는 2.8km 남짓한 송악산 둘레길은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가는 길에는 가깝게 산방산과 형제섬, 멀리 한라산도 보이며, 정상에서는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오션뷰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래나 펄 지형으로 반사된 물빛이 청명한 하늘색과 만나는 에메랄드 빛 제주 바다와 달리 이곳은 수심이 깊어 짙푸른 바닷 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봄에 송악산에 오면 노란색 물결의 유채꽃동산이 입구부터 반긴다. 유채꽃과 형제섬 사이를 찍을 수 있는 핫스팟이 있으니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측면으로 보이는 해안 절벽의 부남코지와 주상절리는 수심 깊은 파도의 포말과 더불어 그 높이만큼 아찔함과 세월의 흔적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장관을 연출한다. 걷다 보면 산책길 우측으로는 제주마 방목지가 초원처럼 넓게 펼쳐져 있고, 말들도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여유롭게 보인다. 한 바퀴 돌아 소나무 터널과 푹신한 솔 매트 길을 지나면 귀로로 이어진다.


송악산 둘레길은 수채화 길이고, 건강 산책길이다. 오름의 숲과 초원, 나무 울타리 너머 해안 절벽의 짙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 이름난 섬과 오름들의 오션뷰, 그리고 노란색 물결의 유채 동산과 마른 억새풀의 향연이 걷는 내내 지친 심신을 치유하고 힐링하러 온 소요자들의 허기를 달래준다. 핫스팟마다 감탄을 내뱉으로 연신 찍어대는 소중한 추억들은 덤이다.


의도치 않은 사고로 차량 수리를 맡긴 덕분(?)에 하산 후 우리 커플은 자유롭게 오션뷰를 보면서 파전과 제주 막걸리로 아쉬움을 달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항상 차를 끌고 다니다 보니 이런 여유와 느긋함을 제대로 즐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날따라 파전도, 제주 막걸리도 정말 꿀맛 같았다. 게다가 함께 곁들어 먹은 유채꽃 김치도 색다르고 이색적인 맛을 더해 주었다. 주인장 인심도 넉넉하고 좋았다. 상호명은 소라OO이다.


송악산 둘레길 전경과 해안 절벽 주상절리
유채 동산에 찍은 산방산과 형제섬, 억새풀과 소나무 터널 길
송악산 둘레길 산책 후 먹은 파전, 막걸리, 유채꽃 김치
해안 절벽에서 촬영한 바다 풍경




이 글을 쓰다 보니 생계를 위해 다람쥐 쳇바퀴처럼 분주한 삶을 살고 계시는 분들께 자랑질하는 것 같아 참 죄송스러운 맘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럴 맘은 전혀 없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여유가 있어 탐라 한달살이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희망퇴직 후에도 삶의 방향성을 잃은 채 한시도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고 나의 지친 심신을 옥죄는 온갖 자질구레한 루틴과 번민을 잠시 내려놓기 위해 용단을 내리고 제주도에 내려왔기 때문이다.


훗날 돌이켜보면 이 기간은 아마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과 기억으로 남겨질 것 같다. 또 그래야만 한다. 돌아가면 다른 삶의 각도로 인생이막을 다시 바라볼 예정이다. 바쁘고 분주하기만 했던 직장생활과 달리 나이에 맞게 좀 더 의젓하고 어른답게 살아갈 방법을 찾을 예정이다. 여태껏 채우고자 달려왔다면 지금부터 비울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삶은 깨달음의 역사이고, 프레임을 확장하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거나 믿을 수 없는 여행지를 만나고 싶다면!!! 꼭 이곳 방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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