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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Apr 14. 2022

지친 심신과 영혼을 달래줄 그곳!

#제주도 한달살기 #사려니숲 #제주도 올레길 #숲멍 #힐링 #치유

첫날 어행 일정은 예전 출장으로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꼭 아내와 방문하고 싶었던 곳인 '사려니숲길'로 선정했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사려니숲길 공용주차장'으로 네비를 찍고 산뜻하게 목적지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윈도우 배경으로 나올법한 제주 방목지에서 잠깐 차를 세워 기념 촬영도 했다. 다시 출발! 잠시 후 도착한 곳은 예전 기억과 사뭇 다른 장소였다. 


'뭔가 잘 못 되었는데'라는 불길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를 따라온 아내가 눈치챌까봐 일단 호기롭게 사람들을 따라 숲솔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가도 가도 내가 봤던 그 장소가 나오지 않지 않은가? 혹시나싶어 다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많은 여행객들이 나처럼 네비로 잘못 찍어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고지가 아닌개벼'


결국 난 소대장 시절에 겪었던 트라우마와 같은 단어를 내뱉고 말았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난 아내에게 이실직고를 한 후 다시 원래 출발지로 서둘러 돌아왔다. 다시 SNS상 핫플로 뜨거운 '사려니숲길 무장애나눔길'로 네비를 찍고 차를 몰았다. 8분여가 지난 후 예전에 내가 봤던 익숙한 주차장과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나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작가님들께 제대로 된 장소를 남기도록 하겠다. 


참고로 한라산둘레길은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일제강점기 병창로와 임도, 표고버섯 재배지 운송지 등을 아우르는 천아숲길, 들오름길, 돌오름길, 산림휴양길, 동백길, 수악길, 시험림길, 사려니숲길, 절물조릿대길, 숯모르편백숲길로 나뉘는데 내가 처음 도착한 곳이 바로 6구간 출발지였던 것이다. 


<사려니숲 무장애나눔길 위치> 

http://naver.me/5vWXD9e4


제대로 도착한 곳은 명불허전! 사려니숲길이었다. 역시 아내도 이 곳을 너무 맘에 들어했다. 그런데 이곳 숲길은 한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숲길을 따라 산책할 수 있도록 넓은 데크길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길이 바로 무장애나눔길이다. 1.3km 조성된 사려니숲 무장애나눔길(Saryeoni Forest Barrier-free Trail)은 2020년 복권기금으로 조성되어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어린이 등 교통약자층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산림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쉼표가 있는 숲길'이다. 



지친 삶을 심폐소생 해주고, 안구정화까지 해주는 제주도 사려니숲길


제주날씨는 한라산이 정한다고 하던데 우리가 도착한 그날은 한라산도 기분이 좋았는지 날씨가 봄날씨처럼 따사롭고 화창했다. 사계절 푸른 삼나무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었고, 빛조차도 조밀한 나무 사이를 뚫고 들어와야 한다. 삼나무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과 바람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원하고 상쾌했다. 삼나무들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옹기종기 어울려 제 나름의 빛깔과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 순간만은 삶의 모든 걱정과 근심이 한낱 덧없게 여겨졌다. 


삼나무 향기와 새소리가 아름다운 사려니숲길은 중간중간 누워서 쉴 수 있는 나무 썬베드가 놓여 있어 힐링이 필요한 여행자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었다. 누우면 피톤치드 가득한 산림욕으로 온 몸이 노곤해져 금방이라도 잠에 골아 떨어질 것만 같았다. 삼나무숲을 계속 걸으니 폐 속 깊숙하게 공기를 한숨 불어넣으면 무거웠던 머리가 맑아지고 새소리, 바람소리, 하늘소리가 전하는 이야기가 귓속에 들려왔다. 신비한 비밀을 가득 품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사려니는 '신성한 숲'이란 뜻이라고 한다. 1930년도에 조성한 삼나무숲이라고 하니 족히 90년 이상은 되었을 것이다. 이끼 가득한 삼나무들이 고사리와 같은 지표식물들과 어우러져 있어 태고의 원시숲의 신비로운 느낌도 간직하고 있었다. 사려니숲 무장애나눔길은 세 코스가 있는데 나눔둘레길, 소망담은길, 미로숲길이 바로 그곳이다. 해마다 에코힐링 체험행사가 열리며, 무장애나눔길 연장선 끝에는 열린무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 앞은 장애인 우선석이 마련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나무는 말이 없는 것 같지만 뿌리로 소통하며 교류한다. 나무뿌리도 서로 마음이 맞거나 싫어하기도 한다. 뿌리식물들은 엄마 나무가 아기 나무들이 잘 자라도록 양육하기도 한다. 햇살이 너무 강하면 엄마 나무가 아기 나무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햇볕이 부족하면 엄마 나무가 살짝 비켜서 햇볕이 잘 들게 해주기도 한다. 다른 뿌리와 엉키며 교류하거나 싫은 나무와는 멀리하기도 한다. - 마들렌 치게, 《숲은 고요하지 않다》-


숲을 걷는다는 것은 생명의 길을 걷는 것이라고 한다. 자연을 통해 우리는 삶을 되돌아 보기도 하고, 지친 심신을 달래기도 한다. 때론 힐링과 치유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기도 한다. '숲멍'처럼 아무 생각없이 눈앞의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온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곳에 오면 최대한 슬렁슬렁 느리고, 여유있게 걸으면서 소요하고 삶을 성찰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감을 통해 온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지친 심신과 영혼을 달래줄 그곳! 바로 사려니숲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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