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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Oct 05. 2023

2. 명상을 하면 내 마음속 소용돌이가 잠잠해질까?

- 명상하기

명상을 해보자고 마음먹게 된 것은 순전히 넷플릭스 덕이었다. 그날도 그냥 뭐 볼만한 것이 없는지 침대에 자빠져 넷플릭스 어플을 기웃거리며 한참 동안 포스터와 예고편 등 이것저것을 살펴보고 있었다. 딱히 내 구미를 미친 듯 당기는 것이 없어 결정 장애를 동반한 시간 낭비만 하고 있던 그때, 우연히 명상에 관련된 시리즈인 <헤드스페이스:명상이 필요할 때>를 발견하게 되었다.


'넷플이 이젠 명상 관련 영상까지 론칭했구나'


하는 놀라움에 영상을 클릭해 보니, 이 시리즈는 귀여운 애니메이션을 통해 명상에 관한 지식을 전달해 주며 영상 후반부에 명상 가이드까지도 제공해주고 있었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명상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한 번쯤, 그것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늘 가지고 있었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있듯, '명상'이라는 단어 자체만 떠올려도 나의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만 같았다. 명상을 각 잡고 직접적으로 해본 적은 없었지만,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차분해지는 '명상'이라는 언어 자체의 힘이 좋았다. 단어만 생각해도 이런 좋은 감정이 드는데 명상을 직접 해본다면? 더욱 궁극적인 결과를 위해 이젠 생각을 넘어 명상 그 자체를 해보고 싶었다.

일단 나는 넷플 명상 영상을 준비했다. 곧이어 내 침대에 일자로 누워 온몸으로 평화로움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 나는 원래 명상이라 하면 당연히 앉아서 가부좌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누워서 진행해도 된다는 영상 속 설명에 편히 눕기로 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샤워를 하기 전인 오후 9시쯤, 나는 일단 몸을 깨끗이 하기 전에 명상을 통해 나의 내면을 먼저 비워내고 싶었다. 이런 나름대로의 대견한 목표를 가지고 나를 명상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잔잔한 목소리에 몸을 맡겼다.

그런데 만만하게만 보았던 이 명상이라는 것이 막상 해보니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눈을 감은 채 아무 생각도 않고 그저 내가 숨 쉬는 것과 명상 가이드에만 집중을 해보려 했지만, 웬걸? 내 의지와는 별개로 머릿속에서 온갖 잡생각들이 파노라마 화면처럼 끊임없이 떠올랐다. 멈추려 해 봐도 계속 터지는 봇물처럼 자꾸만 생각들이 몰려왔다.

사실 나는 평소에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정확히 따지자면 말을 주도하기보다는 대부분 듣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보상심리인 걸까? 내 머릿속에서의 나는 실제의 나와는 정반대로 마치 침까지 튀겨가며 쉴 새 없이 얘기하는 수다쟁이처럼 당황스러울 정도로 수많은 생각들을 꺼내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들이 하도 별것 아닌 잡다함의 모음이었기에 누군가 내게 명상 도중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물어본다면 기억조차 가물거릴 정도였다. 성공적인 명상을 위해 나는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 고요하게 있고 싶었는데 끊임없이 나오는 머릿속 이미지들에 나 스스로가 놀랄 정도였다. 그래도 무념무상의 실천이 이리도 어려운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기라도 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어디선가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시끄러운 원숭이가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있다. 당시엔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첫 명상을 하며 마침내, 말로만 듣던 그 원숭이 조우해 버린 기분이었다. 그렇게 집중을 전혀 하지 못한 채, 내 첫 명상 가이드가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나는 내가 명상을 제대로 한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고 찝찝함이 가시질 않았다. 마침, 영상이 끝나고 다음 에피소드가 자동 재생되었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집중해 보리라 다짐하고 연달아 다음 명상 영상을 듣기 시작했다.

영상 내 가이드는 명상을 하다 다른 생각으로 빠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샛길로 들어선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된다며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이 말을 들으니 내가 아까 겪은 일이 흔히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나는 영상 속에서 흘러나오는 가이드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최대한 명상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가이드의 목소리를 ASMR 삼아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의식이 점점 흐릿해지고, 몸의 기운이 빠져나갔다. 나의 마음은 그렇게 평온해지고 무의 세계로 진입했다. 그렇게 나는 쥐도 새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아 맞다, 나 아직 세수도 안 했지!'

퍼뜩 정신이 들어 허겁지겁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런.....'


아침 6시였다. 대략 저녁 9시 반부터 아침 6시까지 내리 꿀잠을 자고만 것이었다. 이렇게 상쾌한 기분으로 일찍 일어나 본 건 정말 오랜만이긴 했다. 숙면을 취한 것은 분명 좋았다. 그렇지만 어제 내가 한 것이 명상이 맞긴 한 건지 또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어제 명상 도중에 잠이 들어 미처 닦지 못한 치아는 양치로나마 그 찝찝함을 없앨 수 있었지만, 내 찝찝한 기분은 어찌 달래나? 어쩔 수 없이 나는 다시 명상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잠이 들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는 명상 정석의 자세라 일컬어지는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의 마음가짐도 약간 바꿔보기로 했다.

'명상을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자!'

약간의 완벽주의적 경향이 있는 내가 완벽한 명상을 위해 도중에 절대! 잡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적 마음을 가졌던 것이 어쩌면 나를 더욱 뻣뻣하게 만들고, 도리어 제대로 명상하는 것을 방해한 게 아닐까? 이번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명상을 시작해 보았다. 잡생각이 들면

'나 또 딴생각했어, 힝.....'

하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냥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도 다 명상의 과정이려니 하고. 나는 가부좌를 틀고 허리를 곧게 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서서히 복식호흡을 시작했다.

가이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누워서 명상할 때는 그리도 편하더구먼, 앉아서 계속 한 자세를 유지하려니 좀이 쑤셨다. 자세가 불편해 심지어 명상 초반에는 영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렇게 마음속 원숭이가 스멀스멀 동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차린 나는 그 즉시 가이드의 목소리와 나의 호흡으로 정신을 돌렸다. 원숭이가 나타나면 나는 그것에 잠시 현혹되었다가 아차, 싶어 다시 호흡에 집중하는 일이 명상을 하는 내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내 마음속을 일렁이는 원숭이와, 마음을 비우려 하는 내 본체 간 지속되는 밀당의 순간이었다. 그래도 자세가 편하지 않은 게 도움이 되는 걸까? 누워서 명상을 할 때보다는 원숭이 출몰이 비교적 덜해졌다. 최대한 내가 내쉬고 마시는 숨에 집중을 하려 노력하니 전보다는 명상이 수월해지는 듯했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 명상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뿌듯했다. 비록 불편한 자세로 인해 내 발에는 저릿저릿 쥐가 들끓었으나, 그래도 이번 판은 내가 어느 정도 원숭이를 길들인 것 같다. 어제만 해도 요란하던 것이 오늘은 순해진 느낌이다.

영상 속 가이드는 명상에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소하지만 새로운 일들을 해보자는 명분으로 시작하게 된 명상이었지만, 하루만으로는 명상의 참맛을 알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나 자신에게 진정한 쉼을 주기 위해 내 마음속 원숭이 길들이기 훈련을 자주 해야 할 것 같다. 나에게도 언젠가 물아일체의 경지를 깨닫게 되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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