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월함을 드러내는 연민이 아니라,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 바치는 아부가 아니라, 나에게도 있고 타인에게도 있는 외로움의 가능성을 보살피려는 마음이 있어 우리는 작은 원을 그렸다.
한정원 에세이집 『시와 산책』 중.
중앙일보 아침의 문장, 2025.3.3(월),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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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더 고상해졌으면 좋겠다. 더 멋있어졌으면 좋겠다. 더 근사해졌으면 좋겠다.
그런데, 고상은, 멋은, 근사함은 나보다 남을 더 챙기고 배려하는 데서 온다. 내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내 편안을 먼저 생각하고, 내 체면을 먼저 생각하는 나는 고상해질 수 있을까. 멋있어질 수 있을까. 근사해질 수 있을까.
이 수준을 넘어서야 새로운 단계, 새로운 세상, 새로운 자유가 열릴 것 같은데, 시지푸스처럼 왜 자꾸 제자리걸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