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서에 관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는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신문이나 책에서 책을 소개하면 그것을 따라가며 읽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독서에 관한 책을 읽었다.
어이없게도 나는 내가 독서를 꽤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권 정도의 책은 읽으니까 스스로 상당한 지적 역량을 가지고 있고, 독서력도 꽤 있다고 자부하였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읽은 책들이 여지없이 나의 지적 허영심을 깨부수고 있다. 독서의 고수들을 만나면서 깨갱하고 꼬리를 내려야 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번에 읽은『고수의 독서법을 말하다』도 그동안의 나의 지적 허영과 자기만족에 찬물을 끼얹어 주었다. 급이 다른 고수들의 세계가 또 있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이들 독서의 고수들은 일단 양으로 승부한다, 이 책을 쓴 저자 한근태는 약 20년 전부터 국내 유수 기업들의 경영 컨설팅과 강의, 글쓰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경영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자본을 독서를 통하여 얻고 있다고 했다. 저자는 북리뷰와 서평, 칼럼, 독서토론회와 글쓰기 모임 등을 이끌면서 독서의 필요성을 전파하고 있다. 저자는 책 소개를 위한 동영상의 제작을 위하여 1년에 약 270권 정도의 책을 읽고, 신간 서적의 추천을 위하여 1년에 약 120권 정도의 책을 읽고, 그 외 자신이 원하는 책들을 따로 읽는다고 했다. 저자가 1년 동안 읽어내는 독서의 양이 얼마만 한 것인지를 짐작하게 하는 말이다. 저자는 1년에 365권 이상 책을 읽는 독서가들은 많다고 하면서 이들 독서가들 모두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들의 생업에 충실한 사람들일수록 책 읽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서 읽어 낸다고 전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독서하지 않는 이유를 재미가 없고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독서도 운동과 마찬가지여서 처음에는 남들이 좋다고 해서 해보지만 재미도 없고 변화도 느끼지 못하면 점점 흥미가 떨어져서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든지 변화를 느끼려면 임계점을 넘어서야 극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하루 1시간 걷기로는 몸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한 달에 한두 권의 독서로는 특별한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독서를 통한 삶의 변화를 원한다면 300권이 임계점이라고 이야기한다. 300권이란 분량은 매주 두 권 읽는다면 3년 정도 읽어야 하는 분량인데 300권 정도의 책을 읽게 되면 자신에게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저자가 우리에게 권하는 독서의 양은 일주일에 두 권 정도이고 그 정도의 책을 읽어내야만 독서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면, 내가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고 만족했던 것이 얼마나 얄팍한 자기만족이었는가를 알게 한다. 또, 독서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덜했던 것이 바로 독서의 양적인 부족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서력'이란 말이 있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 수준을 말한다. 책을 꾸준하게 읽어 독서력이 높아지면 여섯 가지의 능력 - 정보 분별력, 문해력, 기억력, 요약력, 상상력, 논평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독서력은 갑자기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독서량에 비례하는 것으로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이루어지는 축적이라고 했다.
이 책에서는 생산적인 책 읽기를 하라고 권한다. 생산적인 독서란 아웃풋이 되는 독서이다. 독서는 인풋이다. 인풋이 있으면 반드시 아웃풋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Input without output leads to stagnation'이란 격언이 있다. 아웃풋 없이 인풋만을 하면 정체된다는 말이다. 이 말은 독서에도 해당한다. 나는 아웃풋 대신 목적이란 말을 사용하고 싶다. 뚜렷한 목적 없이 취미로만 책을 읽으면 성장하지 못한다. 사실 책은 그냥 읽어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목적을 분명히 하고 독서를 하면 또 다른 묘미가 있다. 그동안 막연히 책만 열심히 읽은 사람들에게 목적 있는 책 읽기를 권한다. 217쪽.
유근용이라는 독서가가 있다. 그는 한 권의 책을 읽고 한 가지만이라도 실천하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일독일행(一讀一行)’의 메시지가 담긴 <일독일행 독서법>을 쓴 저자이다. 그는 책을 쓸 때까지 14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책을 읽고 책 속에서 수많은 인생 멘토를 만났는데 이렇게 말한다.
“책을 읽는 것과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자칫 잘못하면 책만 읽는 바보가 될 수 있다. 책을 읽는 것에서 끝내지 말고 쓰고 행동해야만 한다. 즉 일독일행해야만 진정한 독서가가 될 수 있다.” 책을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책을 읽고 하나라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92쪽.
이 책에서 격하게 공감한 부분이 있다.
공부에는 두 종류가 있다. 돈벌이가 되는 공부와 돈벌이와 상관없는 공부가 그것이다. 우리가 익숙한 건 돈이 되는 공부다. 그래서 돈이 안 되는 공부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젊어서는 돈이 되는 공부를 해야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돈과 상관없는 공부를 해야 한다. 탐구형 공부가 그것이다. 탐구란 대상 속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다. 대상에 대한 지식을 새롭게 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대상을 새롭게 해석해 또 다른 매력과 한계를 도출해 내는 것이다. 지식 사이에 지혜를 끼워 넣어 지식의 형태를 새롭게 정리하는 것이다. 관심이 가는 분야의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묵상하면서 거기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는 것이다. 101쪽.
사람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지면서 늙기 시작한다. 호기심은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의 갭을 줄이려는 행동이다. 알고 있는 게 있어야 알고 싶은 게 생긴다는 말이다. 호기심을 만드는 것이 공부다. 공부를 하다 보면 자꾸 더 공부하고 싶은 게 생긴다. 그러면서 인생이 충만해진다. 101쪽.
노년에 든 나에게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나도 끝까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싶다. 잃지 않아야겠다. 그리고, 돈과 상관없는 순수한 기쁨을 위한 탐구형의 공부를 계속해야겠다.
이 책에서 '은서(恩書)'라는 말을 배웠다. 은인처럼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고 인생을 바꾼 책을 지칭하는 말이다. 나를 변화시킨 '은서(恩書)'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본다. 나를 변화시킬 '은서(恩書)'는 무엇일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