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네들은 게으르지 않아요

그들의 삶을 한번 들여다보시겠어요

by 골목길

저개발국가, 개발도상국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나 정보를 들을 기회가 있다면 한번 귀 기울여 보자.


개발도상국에서 사업을 했던 사업가 또는 개발도상국을 돕기 위해 일을 했던 많은 기관들과 전문가들이 어쩌면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


이 사람들 일하는 스타일이 너무 느려요
그리고 일을 잘 안 해요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의 수도에서 툭툭이 안에서 낮시간에 손님을 기다리다 낮잠을 자는 기사나, 한가로이 웃고 떠들며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더더욱 그렇게 느낄지도 모른다.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가에게 비치는 그들의 모습은 느릿느릿하거나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혹여 실수라도 해서 많은 시간 투자를 했던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면 더 '게으르다! 느리다!'라는 표현을 자주 쓸지도 모른다.


비단 사업가에게만 비치는 개발도상국들과 라오스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 대한민국의 정부단체와 민간단체에서는 라오스를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에 인적, 물적 자원을 보내고 발전을 돕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정부 발전을 위해 돕기도 하지만, 낙후된 지역이나 시골지역의 균형적인 발전과 농촌지역의 기회 제공을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일들은 시골지역의 농촌지역 주민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라오스에서는 수도 비엔티안을 넘어 농촌지역으로 갈수록 배움의 기회가 적었던, 농업을 생업으로 생활해가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껏해야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그마저도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해(집안일, 수입을 위한 수공업품 제조, 농촌 일손을 돕기 위해 배움을 포기하기도 한다.)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들도 볼 수 있다. 그래도 배움의 기회를 얻어 고등학교까지 배움의 기회를 얻었다면 적어도 평균 이상의 공부의 기회를 얻었으리라.


최근에서야 비엔티안으로, 대도시로 대학을 보내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학비와 생활비, 그리고 농촌 일손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기에 농촌지역에서 고학력자 배출은 어려운 상황임이 틀림이 없다.



다시, 라오스 사람들, 농촌지역의 사람들로 돌아와서,


농촌지역의 사람들과 일을 하다 보면,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날이 더워서,

집안일을 해야 돼서,

비가 와서 등등 말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고 나를 포함한 외부인들이 말을 할지 모른다.


왜, 시간을 낭비 하나
이 시간에 머라도 더해서 돈을 벌거나, 삶이 나아지도록 노력해야지
하다못해 책이라도 한 글자 더 읽어야지!



내가 필리핀에서 주민들과 몇 년 동안 생활하면서 경험한 것이 생각난다.


주민들이 수확한 쌀을 말리려고 마을 골목길 곳곳에 펼쳐놓고 있었다. 닭이 와서 주워 먹고, 오토바이나 차량은 쌀을 밟고 지나가도 말이다.

그러면서 쌀을 펼쳐놓은 주민은 평상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간혹 낮잠을 자는지 눈도 감고 말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었다.


'시간 아깝게, 왜 일을 안 하지. 이 시간에 머라도 더해서 돈을 벌던지, 하다못해 농사를 더 짓던지.'


속에 담아놓고 있었던 말을 이내 뱉지는 않았다. 그리고, 1-2주가 지났을까, 이들이 생활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 더 이해가 되는 일이 있었다.


집안에 있던 나는,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맑다 못해 강렬한 햇빛을 쏘아붙이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마을 주민들이 갑자기 골목길에 말리려고 펼쳐놓았던 쌀을 걷기 시작하는 것 아니겠는가.


다 말려서 걷는 거야?
아니, 곧 비가 올 거야
무슨 비? 날씨가 이렇게 맑은데?
하늘의 구름을 보면 알 수 있어

그리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필리핀은 열대기후 지역으로 스콜성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맑은 날씨에도 갑자기 비가 오고, 이내 비가 그친다.


그들은 그들의 소중한 재산이자 농사의 결과물인 벼를 '소중히' 말리고,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물론, 그들은 휴식도 함께 취했을 것이다.


라오스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벼농사는 손이 많다. 그래서 일하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력이 많이 필요한 만큼, '효율성' 도 중요하다.


라오스의 낮시간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의 농사일은, 1-2시간 이상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어쩌면 당신이 잠든 동안 일을 하고) 낮시간에는 휴식과 개인의 일을, 그리고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원한 시간에 일을 한다.(사무직인 당신이 퇴근하는 시간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이 일을 하는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보다, 당신보다 더 활동적이고 더 많은 시간을 생업에 종사하는데 말이다.


또, 이들에게 있어서 농사일과 생업만큼 중요한 일이 있는데, '마을행사'와 '사원에서의 기도'이다.

일을 하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 시기에 꼭, 마을 행사과 함께 사원에서 기도를 드리기 위해 며칠을 소비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보다는 마치 '사생활과 축제, 즐기기'가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이들에게 강요할지 모른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잃어야 하지 않겠어!' 하고. '돈을 많이 벌거나 삶이 나아지려면 노는 것이나 지금까지 해왔던 습관을 바꿔야 하지 않겠어!' 등등 말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에겐 삶이 나아지는 것이 곧 '부유' 해지는 것보다 '기도를 잘 올리는 것', '조화롭게 사는 것' 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가?


또, 굳이 하나를 얻기 위해 기존에 있던 '그들의 것'을 버리거나 바꿔야 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는가?



개발도상국에서, 라오스에서 농촌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볼 기회가 있다면,


당신은 라오스를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순수하다 못해, 미안하기까지 한 그들의 웃음과 친절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내가 어렸을 때 조차도 가져보지 못했던 더 아름다운 친절함이니 말이다.


이들에게 없는 것은, 아니 없다기보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선택지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이들이 천천히라도 스스로 선택하면서 삶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개발도상국과 농촌지역 사람들을 돕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들의 농업 경험과 지식은 삶과 체험에서 얻은 것이기에 더 뛰어날 수 있다.


그저, 지금까지 봐오고 경험한 것이 다른 분야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이 게으르지 않도록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려 한다.


이네들은 게으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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