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도 성소수자가 많아요
멀리서 누군가 다가온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여자인 듯한 분이 다가온다.
나는 생각한다.
'동남아에서 역시 나름 먹히는군'
나름, 어떻게 정중히 관심을 거절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조금 어두운 시간이었길래,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은 내 앞에 5미터쯤 왔을 때야 내가 제대로 볼 수 있었고,
나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180도 턴'을 갑자기 하게 될 줄 몰랐다.
그렇게 우리는 인사도 하기 전, 나의 '180도 턴'으로 헤어졌다.
그(녀)는 라오스에서 '까터이'라 불리는 성소수자였다.
이들은 신체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여성으로 살아가길 원하고 실제로 여성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수술을 통해 여성의 신체를 가진 사람도 있지만, 수술비용으로 인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나는, '성'에 관해 편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자부한다. 그때의 상황이 장담하건대, 무엇을 원하고 나에게 오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한 것뿐이다~(정말 진짜)
게이 협회가 있어 트랜스젠더와 게이 등 성에 관련해서 너무나 오픈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필리핀에서도 생활했었기에 이런 모습과 광경은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런데, 불교의 나라이고 사회주의 체제의 라오스라고 하면 왠지 보수적인 느낌이 들기에 라오스에서의 성소수자에 대한 경험이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 트랜스젠더나 성소수자가 많을 줄도 몰랐고 말이다. 물론, 남성의 삶을 추구하는 여성도 있다.
필리핀에서 생활할 당시, 우리가 쉽게 말하는 '여장남자'를 '빠끌라'라고 부르는데, 내가 생각했던 성 소수자 중 '게이'와는 약간 다르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들은 신체가 남자일 뿐, 자신의 정체성은 여성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행동과 말투, 그리고 외모까지도 여성의 아름다움으로 꾸미려 한다.
그래서 이런 모습이 낯선 환경에서 자란 외국인은, '남성의 모습에 화장을 해서 억지스럽게 만든 여성의 모습' 정도로 보여 거부감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처음엔 그랬으니 말이다. 다만,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한 번은 필리핀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을 이동하는 일이 있었는데, 빠끌라 그룹(2-3명)이 보였다. 1시간 이동 중 50분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그 당시 그런 관심이 익숙하지 않아 버스 밖의 창문을 계속 바라보고 있느라 목이 경직된 적이 기억난다.
나와 함께했던 동생들은 나를 보면서 '빠끌라 타입인가 보다' 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또, 한 번은 어떤 마을의 주민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 간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 사람 아들 빠끌라야. 하하하하하
거리면서, 그 사람이 앞에 있는 곳에서 아들이 빠끌라라는 말을 하며 웃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더 웃긴 건, 그 당사자도 웃고, 마을 주민도 웃고 옆에 있는 사람도 다 웃는 게 아닌가.
나중에서 물어보니, 그런 경우가 많고 필리핀에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괜히 뒤에서 물어본 내가 더 이상한 사람 같았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조금 더 지내면서 게이협회, 게이축제 등이 있는 것을 경험하면서, 나 역시도 트랜스젠더, 빠끌라, 성소수자 등에 대해 자연스러워졌다.
라오스의 까터이도 필리핀에서의 빠끌라와 같은 케이스이다. 자신이 여성이기에 여성처럼 행동한다. 다만 신체적으로는 아직 남성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것을, 태국을 다녀오면서 느꼈다.
태국의 한 쇼핑몰을 다녀온 적이 있다. 비교적 큰 쇼핑몰이라서 입구에 안내데스크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고, 처음 태국의 쇼핑몰을 방문한 나였기에 필요한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안내데스크로 향했다.
그런데 10미터 밖에서 안내데스크의 미녀를 보고 다가가던 나는 3,2,1미터 다가갈수록... 미녀는 맞긴 하는데, 조금 헷갈리기도 했다. 남성이라 해야 할지, 여성이라 해야 할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태국에서는 누구나, 어떤 성적 정체성을 가졌든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심지어 사람을 응대하는 안내데스크에서도 말이다.
이런 부분은 라오스에서 아직까진 내가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라오스의 '까터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어두운 골목에서 나에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많은 부분에 있어 태국의 영향을 받고 있는 라오스이기에 이런 부분도 영향을 받았나 생각도 해보았고, 태국의 드라마나 TV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라오스 사람들이라서 영향을 받았나 생각도 해보았다.
너무나 많은 가설과 추측들이 있다.
태국은 석회성분이 많은 물로 인해 여성성이 많아졌다는 것, 과거의 전쟁이 많았다는 것,
생활이 어려워 여장으로 돈을 벌어야 했다는 것,
라오스 결혼문화(남자의 지참금)때문에 돈이 없으면 결혼을 못해 남자를 만난다는 등,
열대기후 때문에 필리핀이나 태국, 라오스에 많다는 등,
불교문화권의 관대한 경향의 성문화라는 등.
어떤 이유가 더 신빙성이 있는지, 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라오스 내에서도 그리고 여행을 하는 중에서도 '까터이'라고 불리는 성소수자를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 시에 만나게 되더라도,
아직 이런 문화가 익숙하지 않더라도,
당황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