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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늘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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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nautes 프리나우트 Sep 16. 2024

일본에서 추석(秋夕)이란,

 추석(秋夕)이 만국공통은 아니어서

 요 며칠 지인들과 추석 잘 보내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명절을 보내러 먼 길을 가는 사람들로 기차도 버스도 바글바글할 테다. 여기 일본에 추석 명절은 없다. 다만 고향에 내려가 제사를 지내는 시기가 있는데 이를 오봉(お盆)이라 한다. 그렇다고 이 오봉이 명절이나 연휴는 아니다. 왜냐하면 달력에 빨간색으로 공휴일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별로 휴업을 하거나 개인이 휴가를 내거나 하여 고향에 내려가기 때문이다. 


 추석, 한가위라 말하는 이 명절을 즈음하여 일본에서는 달맞이 메뉴들이 넘쳐난다. 달맞이 햄버거, 우동, 돈부리(밥 위에 반찬류를 얹어 먹는 요리) 등등, 휘영청 뜬 달을 달걀노른자에 빗대어 프라이를 해서 끼우거나 요리 위에 얹어 '달맞이(月見 :츠키미)'가 붙은 이름의 요리를 내놓는다. 텔레비전 선전에서 달걀이 자주 나오나 싶으면 가을이 왔구나 싶은 게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달맞이하는 날이라는 것이 한국에서 말하는 추석날과 딱 겹친다. 십오야(十五夜 : 쥬-고-야)라고 불리는 날. 십오야란 음력으로 15일 밤을 뜻한다. 그럼 매달 달맞이를 하느냐. 그건 아니다. 음력 15일은 매달 오나 그중에 가을은 7월~9월을 뜻하고, 그 가운데인 8월 15일을 가을의 가운데라 하여 중추(中秋 : 츄-슈-)라 부르는데 이때의 달이 일 년 중 가장 보기 좋다고 해서 달맞이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십오야라 하면 주로 가을 한가운데의 명월(中秋の名月 : 츄-슈-노메이게츠)을 말한다. 중추절이라 불리는 중국의 추석이 오래전 일본으로 전해져서 달맞이 풍습이 되었다는 말도 있다고 하니 뿌리는 추석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달맞이를 하면서 풍년에 감사하는 것도 비슷하다. 


 한가위의 뜻도 그렇다. 순우리말로 크다는 '한'과 가운데라는 '가위' 말을 합쳐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니 중추의 명월과 그 뜻이 같다. 네 개의 계절이 번갈아오며 가을에 수확을 하는 것에서부터 커다란 달이 뜨는 것을 보고 풍년을 감사하고 즐기는 것이 우리나라나 바다 건너 일본이나 비슷하여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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