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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늘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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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nautes 프리나우트 Sep 18. 2024

코모레비(木漏れ日)를 한글로 뭐라고 하면 좋을까.

 집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중앙선이 그려진 도로가 나온다. 도로는 양쪽에 보도블록을 끼고 있는데 그 길이 아이들의 통학로(通学路)이자 나의 유치원 마중길이다. 은행나무가 죽 늘어선 길.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고. 가을이면 샛노란 융단을 깔아주고. 그 사이에 꼬리꼬리한 냄새를 숨긴 작고 동그란 폭탄을 숨겨 놓기도 하고. 그래. 폭탄. 그것은 아이와 함께 가을을 만끽하며 종종 대도록 해 주기도 하였지.


 그런데 가을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요즘에도 동글동글한 그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살펴본 은행나무에서는 열매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요리조리 찾다가 원래 찾으려고 했던 것 대신 바람결에 슬쩍슬쩍 실눈을 뜨게 만드는 빛을 찾았다. 나뭇잎사이로 비추는 햇빛을 코모레비(木漏れ日)라고 한다했지.


 글자 그대로 하면 나무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인데, 한글로 하면 뭐가 되려나. 木 나무 '목'. 漏 샐 '루'. 日 해 '일' 이니까 '목루일'? 참 이상했다. 찾아보니 '볕뉘'라는 말이 있었다. 표준 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이라고 한다. 어디서 들어본 말인 듯도 싶었다. 더 찾아보니 볕뉘는 태양 원반과 같은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느낀 코모레비는 잠시 비치는 햇볕이 아니었으며 동그란 모양도 아니었다. 굳이 말해보자면, 은은하게 지속되었고 잎이나 가지 틈새로 비쳐서 모양은 가지가지였다.


 뭐라고 하면 조금 더 가까운 표현이 될까.


 먼저 햇살에 대해 찾아보았다. 

 햇살 : 해에서 나오는 빛의 줄기나 기운


 그런데 여기서 빛의 줄기는 '햇빛'과 비슷하고, 빛의 기운은 '햇볕'과 비슷하다고 한다. 게다가 햇살의 '살'이라는 것은 쭉 뻗은 빛줄기를 뜻했다. 우산'살'과 자전거의 바퀴'살'도 쭉 뻗은 가느다란 막대기 같은 것이 들어가지 않았는가. 조금 달랐다. 땡볕이 내리쬐는 느낌을 표현할 때나 쓰고 싶은 말이었다. 그렇다면 햇볕은 어떨까. '볕'에 대해 살펴보니 이것은 온도를 뜻하는 말이라고 했다. 음. 코모레비에서 은근한 느낌이 나긴 하지만 온도가 어떻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아니라 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은은하게 비쳐서 들어오는'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으면 좋으련만. 마음에 드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혹시 예쁜 말. 그러니까 순수 우리말이나 한글말 같은 것을 찾으려고 해서 그러는 건가. 해서 이번에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전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봤다. 


 빛, 나무, 사이, 잎, 틈새, 틈바귀, 빛 그 자체를 표현하고 싶으니 '줄기' 이런 건 빼고.


 이번에는 단어들을 조합해 보았다.


 틈새빛, 틈바귀빛, 나무틈


 틈, 틈새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작거나 좁게 벌어진 자리, 함께 어울리는 자리'라는 의미가 있어서 '흐드러진 잎과 가지 사이(사이좋게 어우러진 잎과 가지의 모습)' 와도 잘 맞는 것 같았다.


 '나무틈새빛'. 코모레비 대신에 한번 써 보면 어떨까.

 어쩐지 입에 맞지 않아 어색하지만 처음이란 다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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