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보러 가고 싶었다.
저녁을 먹고 데굴거리던 시간이었다. 어디선가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났다. 이건 혹시? 창 밖을 내다봤지만 보이는 건 어둠이 내려앉은 동네풍경뿐. 기대감에 상상을 너무 해서 그런 건지, 멀리 산능선에 걸쳐 있는 구름이 번쩍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오늘은 C 불꽃놀이(花火 : 하나비)가 있는 날이었다. 작년에도 봤지만 또 가서 보고 싶었다. 맥주캔 몇 개와 야끼소바(焼きそば : 볶음라면 같은 것), 야끼토리(焼き鳥 : 꼬치구이) 같은 야타이(屋台 : 포장마차라고 해야 하나)에서 파는 음식을 사들고 돗자리 펴고 먹으면서 보는 재미가 정말 끝내주는데 말이다. 웬일로 아이들이 가기 싫다고 하는 바람에 갈 수가 없었다. 혼자 가자고 네 명의 아이들을 꼬시기도 뭐 했고, 사정상(;;) 상태가 별로인 남편을 꼬셔봤자 힘이 돼줄 것 같지도 않았다.
작년에는 유치원에서 여름방학 끝무렵에 하는 유-스즈미카이(夕涼み会 : 글자 그대로 여름밤을 시원하게 보내보자라는 취지로 하는 축제 중 하나)에서 본 불꽃놀이가 생각보다 멋있어서 배가 불렀었다. 덕분에 C 불꽃놀이까지 보고 배가 터질 것 같았는데... 올해 유치원 불꽃놀이는 화장실 가서 덜 닦고 나온 기분이랄까. 어쩐지 작아진 규모와 내용에 아쉬움이 한가득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불꽃놀이를 보고 싶었건만...
괜히 밖에서 펑 터지는 소리가 날 때마다 속으로 '타마야!'만 외쳤다. 마음만이라도 불꽃놀이를 느껴보고 싶어서.
그러다 왜 타마야라고 하는 건지 궁금해져서 뒤져봤다. 이왕이면 알고 말하는 게 좋으니까. 불꽃놀이할 때마다 다들 '타~마야!'라고 외치는데 얼결에 따라 하다 보니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처럼 인식이 되어버렸다.
이게 한자로 쓰면 '玉屋'인데. 알고 보니 불꽃을 만드는 회사 이름이었다. 화약회사라고 하면 더 자연스러우려나. 일본어로 하면 花火屋(하나비야)이다. 여긴 가게 이름에 '屋(야)'를 갖다 붙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생선가게면 '魚屋(사카나야)' 쌀집이면 '米屋(코메야)' 이런 식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타마야가 35년밖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래 일본에서 불꽃놀이를 처음 본 것은 도쿠가와이에야스(徳川家康)라고 전해지는데, 총에 화약 넣고 쏘던 것을 대나무통에 화약을 넣어 터뜨리고 하며 급속도로 발전하다가 에도시대에 꽃이 피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지금도 도쿄 쪽에서는 제일 큰 불꽃놀이 중 하나인 스미 다가와 불꽃놀이(隅田川花火大会)의 원형이 된 것이 1733년에 열렸다는데. 이때 활약한 것이 바로. 카기야(鍵屋)라는 화약회사라고 하며. 이 회사에서 나눠져 생긴 것이 타마야라는 회사였다.
35년 만에 회사가 사라진 이유는 참 안타깝다. 그 이유라는 것이 어느 날 불이 나서 대화재를 일으킨 것이었다. 때문에 에도 즉, 도쿄에서 쫓겨났고 그 길로 회사는 문을 닫았다.
그런데 왜 아직도 '타마야'라고 하느냐. 그건 타마야의 불꽃 만드는 솜씨가 근본이 되는 카기야보다 뛰어났고, 발음하기도 쉬운 덕택이다. 이제야 알았지만 '카기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는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게다가 영화에서도 '타마야'를 외쳤었다.) 게다가 카기야는 아직도 존재한다. 무려 15대째 당주(当主 : 당주라는 말 왠지 멋있네.)가 활약 중이라고.
다음엔 '카기야'라고 외쳐볼까? 뭐라고 외치든 일단 가야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