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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늘 07화

여름 끝무렵의 소리

끝무렵인 거 맞지?

정오가 다 될 무렵.

유치원에서 밥도 먹지 않고 일찍 오는 둥이들 마중을 나갔다.


어쩐지 주변이 조용한 것 같아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이상한 점을 찾았다. 아. 매미가 울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ツクツクボウシ (츠쿠츠쿠보-시 : 애매미가) ジー オーシンツクツク オーシンツクツク (지- 오-신츠쿠츠쿠 오-신츠쿠츠쿠) 신나게 울었었는데.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애매미의 울음소리가 작게 울리고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도 물러가는구나. 아직 태풍이 오는 계절과 잠깐 더웠다 서늘했다 하는 시기가 남았지만 좋았다. 곧 시원해질 것이 분명하니까.


문득 매미 소리가 잠잠해진 대신 어떤 소리가 들리나 궁금해졌다.


아이들과 매미나 메뚜기를 찾으러 뛰어다니던 녹지에 가 보았다. 리리리리~ 하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도망가거나 나 때문에 깜짝 놀랄까 봐 까치발을 하고 살금살금 걸으며 들어보았다. 하필이면 비행기가 지나가는 바람에 시끄럽지만 그 와중에도 지지 않고 우는 귀뚜라미 소리가 있었다. (사실 난 방울벌레 소리인 줄 알고 낮에도 운다고 신기해했다. - 방울벌레는 야행성이다.)



방울벌레라고 좋아했는데 다시 들어보니 귀뚜라미 소리인 것 같다.



아직 초록색 잎을 풍성하게 펼치고 있는 나무들 사이에서는 새들이 쯍 쯍 주거니 받거니 울어댔다.







작은 소리라도 놓칠세라 귀를 한껏 열고 걷는데 사사삭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잎이 굴렀나? 그러기엔 뜨뜻한 살랑바람이 느릿느릿 불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도로를 면하고 있는 곳에 심어진 풀 사이를 유심히 살폈다. 와. 작은 도마뱀이 움직이고 있었다. 찰칵. 허둥지둥 들고 있던 핸드폰을 가져가서 버튼을 눌렀는데 동영상을 누른다는 것이 그만 사진 버튼을 눌러버렸다.



KakaoTalk_Photo_2024-09-11-19-26-18.jpeg 여기 도마뱀 있다.



아주 작고 가느다란 데다가, 땅에 널린 마른 잎들과 다를 바 없는 색을 하고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지만. 사진을 확대해서 보고 도마뱀이 보이길래 얏호! 소리 질렀다.


다들 자신이 있을 장소에서 열심히 지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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