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해야 할 것이 있어 어제부터 내내 매달렸다.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자를 쥐어짰다. 그러다 크게 숨을 쉰다고 고개를 들었다. 거기 나무가 있었다. 내 지정석이 된 식탁 의자에 앉아서 보이는 그 나무는 첫째가 태어날 때 심은 나무이다. 그래서 첫째 나무.
족히 10년은 더 넘었건만 가지는 더 굵어질 줄 모른다. 그렇다고 화려한 꽃을 피우지도 않는다. 그런 나무의 가지 사이를 새가 옮겨 다니고 있었다. 조금 더 쳐다보고 있자니 벌들도 붕붕 대며 다녀갔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저 나무를 アオダイショウ(아오다이쇼 : 일본에서 뱀이라고 불렀는데 한글로 찾아보니 구렁이라고 나온다.)가 기어가기도 했었다. 뭐가 있길래 동물도 곤충도 다니는 걸까. 생각해 보았다.
아. 가끔 가지치기를 하는데도 늘 잎이 흐드러진 것처럼 보이는 잎들이 있었지. 게다가 사시사철 푸르기까지 하다.
아. 나뭇가지를 잘 보면 생김새가 다른 벌레들이 붙어 있곤 한다.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 가끔 여름에 가장 먼저 나오는 ニイニイゼミ(니이니이제미 : 씽씽매미)가 뿌리에서 기어올라와 허물을 벗곤 했지. 뿌리에 영양분이 많은가 보다. 그렇다면 가지에도 보이지 않는 좋은 것을 가득 채우고 있겠구나.
아. 바닥이 하얗게 되도록 소복하게 꽃잎이 떨어지는 걸 본 적이 있었지. 작아서 꽃인지 뭔지 잘 몰랐지만 사실 좋은 꿀을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아마 내가 나에 대해 발견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멀리서 알아봐 주고 이야기해 주면 고맙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나쁜 이야기의 경우 그게 또 잘 안되지. 가끔은 유체이탈하듯 영혼을 공중에 띄워놓고 나를 살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어떻게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