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무렵인 거 맞지?
정오가 다 될 무렵.
유치원에서 밥도 먹지 않고 일찍 오는 둥이들 마중을 나갔다.
어쩐지 주변이 조용한 것 같아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이상한 점을 찾았다. 아. 매미가 울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ツクツクボウシ (츠쿠츠쿠보-시 : 애매미가) ジー オーシンツクツク オーシンツクツク (지- 오-신츠쿠츠쿠 오-신츠쿠츠쿠) 신나게 울었었는데.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애매미의 울음소리가 작게 울리고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도 물러가는구나. 아직 태풍이 오는 계절과 잠깐 더웠다 서늘했다 하는 시기가 남았지만 좋았다. 곧 시원해질 것이 분명하니까.
문득 매미 소리가 잠잠해진 대신 어떤 소리가 들리나 궁금해졌다.
아이들과 매미나 메뚜기를 찾으러 뛰어다니던 녹지에 가 보았다. 리리리리~ 하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도망가거나 나 때문에 깜짝 놀랄까 봐 까치발을 하고 살금살금 걸으며 들어보았다. 하필이면 비행기가 지나가는 바람에 시끄럽지만 그 와중에도 지지 않고 우는 귀뚜라미 소리가 있었다. (사실 난 방울벌레 소리인 줄 알고 낮에도 운다고 신기해했다. - 방울벌레는 야행성이다.)
아직 초록색 잎을 풍성하게 펼치고 있는 나무들 사이에서는 새들이 쯍 쯍 주거니 받거니 울어댔다.
작은 소리라도 놓칠세라 귀를 한껏 열고 걷는데 사사삭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잎이 굴렀나? 그러기엔 뜨뜻한 살랑바람이 느릿느릿 불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도로를 면하고 있는 곳에 심어진 풀 사이를 유심히 살폈다. 와. 작은 도마뱀이 움직이고 있었다. 찰칵. 허둥지둥 들고 있던 핸드폰을 가져가서 버튼을 눌렀는데 동영상을 누른다는 것이 그만 사진 버튼을 눌러버렸다.
아주 작고 가느다란 데다가, 땅에 널린 마른 잎들과 다를 바 없는 색을 하고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지만. 사진을 확대해서 보고 도마뱀이 보이길래 얏호! 소리 질렀다.
다들 자신이 있을 장소에서 열심히 지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