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 유치원에서는 프리마켓을 연다. 지역별로 나눠져 있는 사람들이 판매용 물건을 만들어 내고, 또 집에서 쓰지 않고 모셔두는 물건을 모아 파는 행사이다. 매년 핼러윈이 끝나고 크리스마스까지 왠지 허전한 기간인 11월 초가 프리마켓의 날이다.
내가 속한 지역에서는 양모펠트를 이용한 캐릭터 핸드폰줄과 아이들 머리장식을 만든다. 보통 여름방학이 오기 전에 각자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모이는 시간을 가진다. 만들어진 물건은 여름방학이 끝나고 서늘해질 무렵 모아져서 판매를 위한 포장작업에 들어간다.
그래, 물론 여름에 재료를 받은 시점에서 바로 만들면 좋겠지만, 그게 말대로 되냐고. 아직 완성품을 내는 날까지 남은 기간을 생각하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단 말이다. 결국 작년에도 그랬지만 제출일이 되고 나서야 엉덩이에 불붙은 사람처럼 후다닥 대며 손을 움직인다. 전날이라도 만들기 시작하면 그래도 낫다. 다행히 올해는 어제부터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작년에 당일 새벽에 손에 익지도 않은 양모펠트 작업을 한다고 바늘을 쑤셔댔던 기억에 괜히 찔리지도 않은 손이 따끔대는 것 같아서. 그때 서두른다고 몇 번이나 손가락을 쑤셨더랬다.
지난날을 교훈 삼아 전날 동그란 심(?) 부분을 완성해서 색도 입혀(?) 놓았다. 2시간이 걸리던 작업을 30분 만에 해내고는 헛웃음이 나왔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경이로운 것이구나! 덕분에 오늘은 부 하게 부풀어있는 부분을 바늘로 찔러서 진정시키고, 꼭지(?)를 단 뒤에 눈을 끼우는(?). 그 뒤에 마무리로 자잘한 부분을 손보는 것만으로 가볍게 작업을 끝냈다. 작업시간이 전부 다 합쳐 2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자화자찬하면서. 이대로면 내년에는 2시간 안에 완성? 아직 올해 프리마켓도 열지 않았는데 별 생각을 다 한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를 뚫고 완성된 물건을 내고 올 때는 속이 다 시원하더라. 작업시간은 반쯤은 괴롭고 반쯤은 내가 뭐라도 된 듯 뿌듯했다. 작업용 바늘을 들고 앉아 있는 동안은 엉덩이가 들썩대고 손이 자꾸 멈춰서 혼났다. 결과물을 들고 여기저기 자랑한 건 별로 비밀스럽지도 않고.
지금 보니 빨간 볼연지도 찍어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