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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늘 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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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nautes 프리나우트 Oct 07. 2024

호랑나비 두 마리를 만났다.

피안화(彼岸花 : 히강바나)라 불리는 꽃무릇은 온 데가 다 독이라던데. 나비 두 마리가 살포시 앉아 꿀을 빨고 있었다. 붉은색 꽃 위에 노랗고 까만색 호랑나비가 앉아 있으니 잘도 어울렸다. 멍하니 보다가 문득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전화기를 꺼냈다.


내가 움직이자마자 날아올라 이리저리 날갯짓하며 돌아다니더라. 한참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고 있으니 고맙게 한 화면에 두 마리 나비가 날아들어주었다. 뭐야. 니들 데이트 하고 있었니? 


사람에겐 독이어도 나비에게는 그저 달콤한 꿀, 앉아서 쉴 쉼터이구나. 





감상에 젖었던 것을 잠깐 쓰고 찾아봤더니 꽃무릇은 큰 나비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꽃에 따라 인기가 있고 없고 가 다른데 원종인 리코리스(リコリス)라고 불리는 꽃에 가까울수록 나비들이 좋아한다고. 


리코리스라는 원종의 특징은 뒤로 꺾인 듯 휘어있는 꽃잎사이 간격이 좁고, 수술과 암꽃술이 길게 뻗어 나와 있으며, 붉은색을 띤다. 일본에서 주변에서 자주 보이는 (둑이나 논두렁 같은 곳, 우리 집 정원 한쪽) 꽃무릇이 바로 이 원종에 가까운 종류라고 한다. 씨도 뿌린 적이 없는데 피어나는 걸 보면 어찌나 신기한지.


이 꽃을 큰 나비가 좋아한다니, 아직 피어있는 동안은 주변을 어슬렁거려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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