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오늘 26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eenautes 프리나우트 Oct 06. 2024

퍽 터지는 맛

우리가족, 대가족.

 쇼핑을 하고 느지막이 돌아오는 길. 자석처럼 끌려와서 앞, 뒤, 옆으로 붙어 있는 아이들을 상대하며 주차장까지 가는 길을 걸었다. 손에는 커다란 쇼핑백에 꾹꾹 눌러 담은 옷을 든 채였다. 가장 기동력 좋고 힘이 좋은 남편과 첫째는 조금 앞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걷고 있었다. 부자지간 좋지.


 일대 다수로 한 번에 여럿이 이야기하는 것을 한 귀로 들어야 한다. 오늘도 그랬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걸 듣는다고 귀를 기울이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기분이 좋은 아이는 잡으라는 손을 흔들고 노래하고 혼자 움직이기 바빴다. 저를 봐주기 바라는 아이는 조잘조잘 예전에 했던 이야기를 새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떠들었다. 쇼핑몰에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탓에 내 말은 아이들 귀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친절하게 말하면 잘 듣지 않는 청개구리 같은 습성도 한몫했을지 모른다.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 목소리 시끄러워 죽겠네."


 퍽.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나를 돌아보며 갑작스레 남편이 펀치를 날렸다.


 집으로 오는 차에서 할머니의 심부름을 위해 닭집을 찾았다. 집에 가는 길을 벗어나 한참 달려왔는데 없었다. 


 "이쯤에 00 닭집이 있지 않았나? 어! 없네."


 잘 다니지도 않는 길에 대해 물어보더니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던 남편은 결국 다른 매장을 찾아냈다. 차 세울 곳이 마땅치 않아 길가에 세우며 누가 사 올지를 물어본다. 


 "내가 가? 네가 갈래?"


 물어보길래 네가 가라 했다. 


 "그럼 차 좀 어떻게 하고 있어."


 말에 짜증은 왜 묻어있지? 어쩌면 내가 짜증 나서 그렇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졸렸고. 드러누워서 잤으면 딱 좋겠다 싶었으니까. 차를 뭐 어쩌라는 거지. 운전초보딱지를 여직 마음속에 달고 다니는 나는 그 말에 내가 가겠노라 했다. 


 퍽퍽.


 후둥이가 운다. 엄마 가지 말란다. 졸리고 배고프니까 꼬투리를 잡고 놓지를 않는다. 알아서 달래주겠거니 다녀오겠다고 닭집을 갔다. 뭘 살까 고민하며 메시지를 주고받고 확인까지 받은 뒤에 헐레벌떡 뛰어 되돌아왔다. 이미 저녁 먹을 시간이 지나 있었다. 후둥이는 여전히 울고, 열심히 달래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집에 와서 밥을 먹는데 손을 닦고 내려와 보니 닭이 적단다. 그래서 확인했는데? 맞다고 해 놓고는 서로 이해를 잘 못했나 보다. 대놓고 성질머리다. 

 

 "뭐야. 한 사람이 하나도 못 먹잖아. 생각이 있는 거야 뭐야."


 또 날아온다. 펀치가.


 신경질을 내며 제 몫도 안 먹고 금세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들을 보며 시엄마가 웃는다. 

 

"저런 애였어?"


 나도 웃겼다. 


 정 부족하면 시간이 걸리지만 시켜도 되고, 멀지만 다시 가서 비슷한 걸 사 와도 되고, 뭐 방법은 짜내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말이다. 그중에 먹지 않는 방법을 택하다니 궁상이다 싶었다.


 밥을 대충 먹고 올라와서 첫째가 볼일이 있어 온 시누네 아들과 게임을 했다. 중간에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를 할 시간이 다 돼 가길래 녹화예약을 하자고 제안했다. 게임을 하던 중간에 지금이라면 괜찮다며 내게 리모컨을 맡겼다. 하필 녹화하려고 보니 오늘은 또 방송이 쉬는 날이네. 확인한답시고 몇 번을 방송 편성표를 들여다보다가 채널 바꾸는 게 늦었다.


 "엄마가 빨리 안 돌려서 죽어버렸잖아."


 게임 캐릭터가 대전을 하다 죽었다며 씨부렁댄다. 


 또 뭐가 있지. 하루종일 몇 번을 말로 얻어맞는 거지. 하여간 퍽 터지는 맛이 아주 뜨겁고 얼얼하구먼.


   

이전 25화 이맘때쯤 찾아오는 양모펠트 수공예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