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바로 버킷리스트야.
요즘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노는 시간이 늘었다. 내가 뭘 하든 신경도 안 쓰니 곧 나만의 시간이 더 늘겠구나 싶다. 가만 바라보다가 이 참에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하기로 했다.
+ 오제(尾瀬) 리벤지
오제라는 곳이 있다. 습지와 산, 폭포 같은 것들이 어우러진 곳이다. 작년 10월이었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막내둥이들이 3살이었고, 춥지 않은 계절이었으나 우리는 두꺼운 옷을 혹시나 하고 가져갔었다. 오제라는 곳에 가려고 말이다. 비가 왔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쌍둥이를 보며 몇 살이냐고 물었다. 길은 생각보다 험했고 아이들은 금세 지쳤다. 추위와 무모함이 한몫했던 것 같다. 목적지에 도착한 줄 알았는데 아직 그것이 시작지점에 이르지도 못함을 깨달았을 때의 기분이란. 마지막 버스시간에 맞추느라 있는 힘을 다 해 되돌아오면서 아쉬움을 꼭꼭 씹어 삼켰다.
비 오던 그날. 습지에 잔뜩 자란 풀 사이로 흐르던 초록빛 물색은 잊을 수가 없다.
+ 토야마 우나즈키 온천(富山宇奈月温泉) 맑은 날에 다시 가서 토롯코 타기
생각해 보니 우리 가족은 비와 사이가 좋다. 토야마를 간 날에도 어김없이 비가 왔다. 남편이 일을 해야 해서 하루를 꼬박 여행지에서 일을 하고, 나와 아이들만 돌아다니던 날. 그날만 딱 맑았던 것은 호텔에서 심심하지 말라는 하늘의 배려였을까. 다음날은 맑은 하늘이 거짓말이었다는 듯 비가 내렸다. 추위는 덤.
비를 맞으며 토롯코를 타고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오래도록 걸어 끄트머리에 있는 온천에 다녀왔었다.
맑은 날의 풍경은 어떨까.
눈이 많이 오는 겨울에는 토롯코가 운행하지 않는 대신 견학을 할 수 있다던데.
점검을 위해 5시간여를 걸어 올라간다는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터널길도 들여다보고 싶다.
배가 아파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이것밖에 떠오르지가 않는다.
일단은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 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