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오늘 30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eenautes 프리나우트 Oct 18. 2024

슬그머니 가을.

가을은 은근슬쩍 찾아온다. 아직 더운 여름 애매미가 츠쿠츠쿠보-시 하고 울 때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다가 해가지고 귀뚤귀뚤하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함께 불쑥 고개를 든다. 비가 온다 싶으면 열대야가 어디로 쏙 들어가 버리는데, 이때쯤 되면 드디어 늘 켜 두었던 에어컨을 끈다. 아침에 괜히 반팔 티셔츠 사이로 나온 팔뚝을 쓰다듬게 되는 것도 이 무렵이다.


그렇다고 가을이 '나 가을이오' 하고 가슴을 탕탕 두드리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낮에는 한 여름처럼 더울 때도 있고, 버티다 못해 다시 에어컨을 틀기도 한다.


바람이 시원하다 싶다가 바닥에 뒹구는 노란 은행을 볼 때면, 그 때야 진짜 가을이구나 싶다. 코를 부여잡고 싶어지는 냄새가 징 하고 공기 중에 섞일 때. 윽 하고 얼굴을 찡그리지만 가을이네 싶은 마음에 반갑기도 하다.


제일 반가운 것은 달콤새큼한 향을 솔솔 풍기는 금목화(金木犀 : 킨모쿠세이)이다. 작고 주황빛이 나는 꽃을 새파란 잎사이에 조롱조롱 달고 폴폴 가을향을 뿌리는 것을 볼 때면 보물이라도 찾은 것 같다. 절로 발은 걸음을 늦추고 코는 제멋대로 킁킁거린다. 늘 콧 속에 넣던 향기를 오늘은 사진에 담아보았다. 차가 다니는 길목 한가운데를 씩씩하게 걷는 아이들을 보느라 흔들려버렸지만 보기만 해도 상큼하구나.


지금은 절찬. 가을이다.





이전 29화 하늘은 푸르고, 함성은 새파랗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