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무게 아래의 침묵

by 영백

새벽, 다시 까대기 현장.

트럭 문이 열리자, 박스들이 파도처럼 쏟아졌다.

김이 서린 공기 속에서 “간다!” 하는 외침이 울리고,

파렛트는 덜컹거리며 흔들렸다.


문이가 땀에 젖은 이마를 닦으며 말했다.

“형, 오늘 진짜 미쳤다. 이거 언제 다 치우냐.”

성이가 허리를 굽히며 박스를 안아 올린다.

“어제보다 세 배는 더 되는 것 같아요.”

나는 묵묵히 상자를 붙잡았다.

손목이 욱신거렸고,

어제 교무실에서 들었던 학부모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과연 제대로 수업할 수 있겠어요?”


수형님이 잠시 나를 쳐다보았다.

“야, 어디 아프냐?”

“아뇨, 괜찮습니다.”

대답은 짧았지만, 목소리가 흔들렸다.


기팀장이 옆에서 박스를 던지듯 올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쌤, 요즘 뭔 일 있어요? 표정이 좀…”

나는 잠시 말을 잃고 웃어 보였다.

“다 괜찮습니다. 그냥… 좀 피곤해서요.”


컨베이어 벨트는 멈추지 않았다.

상자들은 끊임없이 쏟아졌고,

그 무게 속에서 내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까대기 현장의 소음이 어느 순간 학부모의 목소리로 변해 들려왔다.

“아이 맡기는 선생님이 이런 일을 한다고요?”


내 호흡이 가빠졌다.

상자를 들어 올리는 팔이 느리게 굼뜨기 시작했다.

작업이 끝난 뒤, 현장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장갑을 벗었다.

손바닥엔 굳은살이 터져 피가 배어 나왔다.

나는 피를 닦지도 못한 채, 고개를 떨군다.

문득, 현장의 소음이 멀어지고,

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까대기의 무게보다 더 무겁게,

보이지 않는 시선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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