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진 ㅣ 어느 날, 카메라에 담은 세상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사진작가는 뭘 먹고 살아요? 라는 질문에,
밥 먹고 살아요······.
라는 대답은 정답이 아니었다. 당연히 상대방의 표정은 꽤나 미묘했다. 그녀(또는 그)가 의도한 질문이 무엇인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한두 번 들어본 질문이 아니니깐. 좋은 분위기까지는 아니었지만, 굳이 지금의 공기를 차갑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우리의 탐색전은 대충 여기서 종결. 그날의 결론은 애프터 없는 헤어짐.
한 십여 년 전 종종 있던 일이었다.
먹고사는 문제의 영역에서 ‘파인아트 사진작가’는 양극단에 놓여있다. 그 비율은 아마 1:9:90정도? 극히 일부의 잘나가는 사진작가 1과 그렇지 못한 9. 그리고 그 사이에, 사진으로 먹고사는 영역에서 탈피해 있는 90. 내가 원하는 것은 극히 잘나가는 사진작가도,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사진기와 렌즈에 우주의 철학을 담아내겠다고 몸부림치는 사진작가도 아니다.
필자는 90%에 속하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
1%중에 탑 티어라고 분류되는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는 55년 양띠 독일출신이다. 가장 유명한 작품인 라인 II<Rhein II>는 약 43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48억원)에 팔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진작품 중 하나다.
물론 더 비싸게 팔렸다고 여겨지는 작품도 있다. 호주 출신의 피터 릭(Peter Lik)의 유령<Phantom>이란 작품은 약 650만 달러. 당시 환율로 71억에 거래됐다고 알려져 있다. 단 누가 구입했는지, 금액은 잘 입금이 되었는지, 뭐하나 속시원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고 한다.
위의 작가들처럼 사진 한 장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싶은 꿈은, 십여 년 전에 곱디곱게 접어 나의 가장 깊은 심연 속에 처 밖아 두었다. 그렇다고 밥벌이도 되지 않는 파인아트 사진작가의 삶을 살아가기에는 이 거칠고 험난한 세상에서 버텨낼 용기가 도무지 나지 않았다.
그럼 어쩌지?
매번 이렇게 사진작가도 ‘밥 먹고 산다’는 되도 않는 자학적 농담으로는 내 육체의 양식은 물론이고, 내 영혼의 삶의 에너지(연애?)도 얻지 못할게 뻔한 데 말이다.
그래서 그때 나는 9%가 선택한 사진작가의 길은 포기했다. 그래 일단 '진짜 밥(?)부터 먹고 살게 된 뒤에 사진 찍으러 다니자.' 라고 결심하고 다른 직업을 찾았다. 그리고 십년도 더 흐른 지금, 나는 아직도 90%의 사진작가가 되어 있지 않다.
밥 먹고 살만해서 일주일에 4일 정도 일하면서 2일 정도는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며 남은 하루는 집에서 푹 쉴 수 있는······. 얼핏 들으면 무늬만 사진작가에 약간 한량의 느낌마저 드는 그런 멋진 삶.
아직도 필자는 그런 생활을 꿈꾸며, 열심히 커피를 볶고, 커피를 내리고, 쿠키를 구우며 1주일에 6일을 하루 약 10시간 이상을 카페에서 보낸다.
지금도 코로나 여파로 꽤나 남아도는 시간이 아쉬워 카페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여전히 90%의 사진작가의 길은 과연 로또 밖에 없는 듯하다.
그래 일단 로또나 사러 갔다 오자.